정부 발표 못 믿으면 ‘종북’ 인가?

<경기리포트 칼럼> "정부측 발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을 향해 마치 이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은 것처럼 왜곡하는 것이 우리나라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라디오 방송 연설을 하면서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도 명백한 과학적 증거가 나왔지만, 북한은 똑같이 자작극 주장을 이어갔다. 거짓말을 거듭하는 북한도 문제지만 이런 북한의 주장을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는 대한민국 모든 사람을 종북파로 폄하한 것이다. 천암한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발표는 “군함의 소나에 잡히지 않는 북한산 스텔스 잠수정이 또 소나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어뢰를 발사 했으며, 이 어뢰는 군함 근처에 와서 장풍(비접촉타격)을 쏘아 우리 군함을 두 동강이 냈다”는 것이다.

이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어달라고 한다. 북한측의 소행 이전에 정부 발표의 신뢰성에 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 국민들이 많은데 이들이 종북세력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아니다.

정부측 발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을 향해 마치 이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은 것처럼 왜곡하는 것이 우리나라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군 통수권자가 적잖은 국민들을 아닌 밤중에 북을 추종하는 세력으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명박산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국민과 소통할 수 없다며 청와대로 통하는 모든 통로에 컨테이너 산성을 쌓아 신뢰를 잃었다. 그후 천안함 사태가 터졌다. 신뢰를 만회하기도 전에 사건이 터졌다. 정부측의 발표는 어딘가 엉성했다.

북측의 문제로 시선을 돌리려는 노력 이전에 발표문 자체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문제 이었는가를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비접촉타격’으로 인해 잠수함을 잡아야 할 군함이 두 동강이 났다고 하니 ‘비접촉키스’, ‘비접촉 교통사고’, ‘비접촉 악수’ 등 수많은 말들이 나돌았다.

이제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모두 싸잡아 종북세력으로 치부하는 것은 또 다른 신뢰의 상실이다. 모름지기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는 신뢰위에서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전임 대통령이 취임 중 가장 강조됐던 것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비접촉 타격’이라는 말과 그 말을 믿지 않으면 ‘종북세력’이라고 말한다면 더 이상 국민들을 정부의 어떤 행위도 신뢰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필자 또한 종북세력은 아니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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