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반대말은 공산주의가 아니다

<경기리포트 칼럼>

유신 독재의 그늘을 일부러 씌우려는
행위를 했다면
이것은 국민과 싸워보자는 것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공산주의!, 아니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독재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로서 자리를 잡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까지야 국민의 손으로 뽑았다고 하지만 그 이후 윤보선 대통령을 거쳐 박정희 시대로 들어오면서 대한민국은 독재국가가 됐다.

국민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았지만 박정희는 총칼을 들고 군사쿠데타를 통해 스스로 권좌에 올랐다. 이후 거듭되는 부정을 저지르면서 급기야 체육관 선거로 불리는 유신헌법을 만들어 종신 대통령이 되고자 했으나 중도에 실패했다.

박정희 독재 16년간의 상처는 지금도 진행중일만큼 크고 깊은 상처를 남겼다. 종신 대통령이 되고자 했기에 별다른 후계자조차 없었던 1979년 전두환 계엄사령관은 박정희처럼 독재자가 되고, 7년의 세월동안 이 땅의 독재 군주로 자리매김 했다. 같은 군부독재이지만 박정희와 전두환은 차이가 있었다. 종신 통령을 꿈꾸었던 박정희와는 달리 전두환은 후계자를 만들었다.

그 사람은 전두환과 함께 거사를 일으켰던 노태우이다. 형 전두환으로부터 권좌를 물려받은 노태우는 전임 군부독재자들 보다는 정치권력에 미련이 없었는지 부정축재를 많이 했다는 오명은 있었지만 국민을 총칼로 진압하지는 못했다.

박정희가 부산, 마산 봉기에 총칼을 들이대고, 전두환이 광주에 총칼을 들이 댄 것과는 달리 노태우는 국민들에게 정치적 항복을 했다. 군부독재에 저항하며, 수십만, 수백만의 국민들이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광화문을 내달려 간신히 이룩한 민주주의가 바로 지금의 민주주의다.

정치적으로 미완의 승리이었던 87년 민주화 열기는 ‘대통령직선제’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묵념을 해야 한다면 이들에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2013년 오늘, 종신통령의 기초가 되는 유신헌법의 제정에 참여했던 그 사람, 지난 1992년 어느 복집에서 관권 선거를 모의하다 적발되었던 그 사람, 멀쩡한 대통령 탄핵을 주도 했던 그 사람이 다시 정치 일선에 돌아왔다.

이를 두고 유신의 귀환 또는 관권선거의 귀재 재출현 등 말이 많다. 이 사람을 정치 일선으로 불러들인 사람은 지금의 대통령이다. 지금의 대통령은 어떻게 민주주의가 이 땅에서 만들어졌는지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평생을 공주로 자라오면서 “독재 권력 물러가라”고 단 한번이라도 외쳐보지 못한 지금의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공산주의인 것으로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모른다면 이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권력자가 자신도 모르고 저지른 실수에 대해 그리 할 말은 없다. 다만 알고도 했다면 문제는 다르다. 겨우 민주주의의 꽃이 피어나려고 하는 이때에 유신 독재의 그늘을 일부러 씌우려는 행위를 했다면 이것은 국민과 싸워보자는 것이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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