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서울의 한강보다 수원의 수원천이
더 크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유일한 사람 이었다.

그가 내 사무실에 온 것은 정확히 3년 전이다. 약간 마른 몸에 키만 조금 큰 그리고 사람 좋게 생긴 얼굴, 눈 주위에 잔주름이 조금 보이는 하회탈 모양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우리 사무실에 온 목적은 글 쓰는 것을 조금 배워보겠다는 것이었다.

기사작성의 요령을 배우기보다는 탐사보도 분야를 배우기 원했다. 딱히 가르치기는 뭐해서 천천히 그와 함께 일 년을 보냈다. 그는 자신이 원래 웹디자이너라고 했으며 실제 자신만의 보도사이트도 가지고 있었다.

기사라기보다는 간단한 소개위주로 되어 있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많은 글들이 그의 사이트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대부분 수원을 소개하고 알리는 것이었다. 이름 없는 뉴스사이트보다 훨씬 많은 양의 양질의 수원에 대한 소개가 실려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수원 소개를 계속 진행했다.

그는 글 솜씨가 붙기 시작하자 수원화성을 죄다 걸어 다니며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소개에 앞장섰다. 그런 와중에 내게 안 좋은 일이 있어 잠시 떨어져 있게 됐으며 그를 다시 만난 것은 1년이 지난 최근 이다.

오래간만에 내 사무실을 찾은 그의 얼굴은 어딘가 수심이 있어 보였으나 묻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얼굴을 맞대고 며칠이 지난 후 단 둘이서 소주 한잔을 하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넌지시 물어볼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한 동안 e-수원뉴스에 탐사 문을 보내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광교산 탐방기를 썼다고 한다. 통일신라시대에 광교산에서 용인으로 길을 찾아 떠났던 사람들의 흔적을 찾으며 그 길을 글로 남겨보고자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탐사보도 중에 고의적인 유적 훼손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광교산 내에 있는 많은 유적들이 실제사실과 다르다는 그의 말도 충격이었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 일로 인해 e-수원뉴스에서 나왔으며, 수원시에서 제공하던 보도자료도 끊어졌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그는 서울의 한강보다 수원의 수원천이 더 크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얼마나 수원을 사랑했으면 사이트 이름도 ‘수원’자가 앞에 붙는다. 내가 수원시 관계자라면 수원시 이름으로 감사패를 주었을 터인데 오히려 광교산 소개를 하려다 팽을 당하게 된 것이다,

수원에 소재한, 국밥집, 족발집, 칼국수 등 그의 소개는 한 동안 계속되어 왔다가 지난 몇 개월 간 잠시 중단된 이유가 속이 상해서 이었다고 한다. 그는 일련의 보도자료를 끊어버리고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행위가 공무원들의 타성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나는 공무원들 때문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우리나라의 공무원들이 위에서 시키지 않은 일을 할리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에게 지시를 내리는 최종 책임자는 염태영 시장이다.

공무원에게 밥 한 끼 얻어먹는 것도 미안해하던 그는 지금 공무원전체를 불신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수원시 공직사회가 망가졌는지 모르지만 나 하나 보도자료 끊어진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것을 다시 생각했다. 시장이 무능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수원일보, 경기리포트에 대한 보도자료 송출 중단이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고 힘없는 인터넷언론사에서는 비일비재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참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무책임하고 진정 수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맘 아프게 하는 수원민선5기 지방정부를 용서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후회하지 않는다.

전경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