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을 학살하고 남은 것은 권력의 유지와 일본군에 의한 완전한 지배뿐

내년은 갑오농민전쟁이 일어난 지 딱 200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나라도 바뀌고 수많은 제도들이 바뀌었지만 갑오년에 일어난 부정과 외세(外勢)에 항거한 전쟁은 우리 역사와 핏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갑오농민전쟁은 조선 왕조의 봉건적 질서가 해이해 지기 시작한 18세기부터 시작됐는데 농민전쟁의 시작원인은 권력의 부패에 대한 저항정신에서 시작됐다.

19세 후반 조선은 일본에 의한 개항이후 일본의 조선에 대한 경제적 침투에 속수무책으로 대응해 왔다. 세계질서를 볼 줄 모르고 사리사용에 눈먼 기득권층들은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 하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일본은 조선의 무력한 정부를 배경 삼아 조선에서 쌀을 반출해 가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쌀은 화폐단위로 사용될 만큼 중요한 경제 단위 이었다. 쌀이 외국으로 빠져 나가자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다. 또 일본군의 힘을 믿고 날뛰는 일본 어부들의 횡포는 조선 어부들을 궁지로 몰아넣었지만 조선 정부는 국민의 삶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조선 백성의 삶이 일본의 통상 정책에 의해 궁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전라도 고부군수에 조병갑(趙秉甲)이 부임했었다. 신임 군수는 농민들로부터 무리한 세미를 거두어들이고, 백성들에게 무고한 죄명을 씌워 2만 냥이 넘는 돈을 수탈하는가 하면 부친의 송덕비각(頌德碑閣)을 세운다는 명목으로 1,000여 냥을 농민들로부터 강제로 징수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또 시급하지도 않은 만석신보(萬石新洑)를 축조한다고 농민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쌓게 하고, 가을에 수세(水稅)를 받아 700여 섬을 착복하는 등 온갖 패악을 저질렀다.

이에 더 이상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었던 농민들은 동학의 고부접주(古阜接主) 녹두장군(綠豆將軍) 전봉준을 선두로 마침내 울분을 터뜨렸다. 1894년 1월 10일 새벽, 1,000여 명의 동학교도와 농민들은 흰 수건을 머리에 동여매고 몽둥이와 죽창을 들고, “전운사를 폐지하라, 균전사(均田使)를 없애라, 타국 상인의 미곡 매점과 밀수출을 막아라, 외국상인이 내륙 각지로 횡행(橫行)하는 것을 막아라, 각 포구의 어염선세(漁鹽船稅)를 혁파하라, 수세 기타 잡세를 없애라, 탐관오리를 제거하라, 각읍의 수령,이서(吏胥)들의 학정 협잡을 근절시키라” 는 등의 폐정개혁을 조목조목 내걸고 노도와 같은 형세로 고부관아에 밀어닥쳤다.

동학, 갑오농민전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러나 조선 정부는 외세 특히 일본군의 힘을 빌려 자국민을 학살했다. 자국민을 학살하고 남은 것은 권력의 유지와 일본군에 의한 완전한 지배뿐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이 다 진실은 아니지만 자국민 학살에 앞장섰던 정부는 처참하게 몰락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일본이 이 땅에 조선인을 살육하기 위해 상륙한 구실은 일본과 청나라가 조선의 의지와 관계없이 체결한 텐진조약에 의해서다. 일본군은 조선정부군 대신 동학농민군을 맞아 살육을 했지만 조선 정부는 그들 정권의 안위만을 생각했다.

시간을 오늘날로 돌려서 120년 만에 다시 맞는 갑오년, 지금의 정부는 정권 유지를 위해서 국민을 학살하고 있는지 아니면 국민을 주인 섬기듯 모시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