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우주, 외계인, 별 그리고 인류의 미래, 미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1980년대를 지나면서 미국 영화계는 텍사스를 배경으로 하는 카우보이 스토리 대신 영화 스타워즈를 필두로 인류의 미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왔다.

스타워즈를 기반으로 한 ‘로스트 인스페이스, 에이리언 시리즈, 스타쉽트루퍼스, 우주전쟁, 아바타, 터미네이터, 트랜스포머’ 등의 영화들이 대세를 이루며 미국인의 우주에 대한 열망을 조명했다. 여기에 한 세기에 나올까 말까 한다는 게임의 명작 스타크래프트는 거의 20년간 게임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전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미래는 때로는 어둡고, 두렵고, 거칠어 보이기도 하지만 늘 주제는 극복에 있다. 웨스턴무비가 복수와 정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SF영화는 개척과 극복에 있다. 1980년대를 지나면서 팍스 아메리카를 경험한 미국인들의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일지는 모르지만 장담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난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는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반면 우리 영화는 SF 보다는 과거에 보다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조선을 중심으로 한 역사극이 영화에 많이 등장한다. 지난해와 올해 히트한 영화만 보면 ‘역린, 산으로 간 해적, 순수의 시대’ 등이 있으며 조선을 벗어나면 과거 70년대와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암흑의 개발역사를 주 무대로 삼은 것이 대부분이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시대의 자화상을 시간대를 옮겨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과거나 지금이나 자신들의 한길을 가고 있다. 쿵푸를 중심으로 한 영웅 만들기와 느와르는 어느덧 하나의 장르가 됐다. 쿵푸를 소재로 영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중화민족의 아픔과 성장을 다루더니 최근에는 예술의 경지에 까지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장을 즐기는 중국인들이 영화를 통해 자신들의 우월성을 증명해 보이며 이제는 미국처럼 SF에서도 쿵푸가 등장한다. 그들만의 노하우일 것이다.

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은 쓸데없는 고민은 아니다. 굴뚝 없는 산업 영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해볼 필요가 있다, 유독 한국영화만이 과거라는 집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청산하지 못한 과거에 대한 아쉬움 또는 현재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 등이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창의력과 상상력의 부재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교육에 있다고 본다.

예나 지금이나 입신양명을 과문의 영광쯤으로 생각하는 교육풍토에서 고위 행정가는 나올 수 있지만 별들을 배경으로 하는 전투나 목성을 위성으로 삼아 새로운 신세계를 건설해보겠다는 신선한 상상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행정공무원이 되는 것이 한국 젊은이들의 지상과제가 되어버린 풍토를 바꾸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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