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지막 날을 아들 두 놈의 턱을 꿰매는 데다 시간을 보내니 어느새 봄기운이 물씬 풍겨오는 3월이네요. 그래서 인지 시장에서는 주꾸미가 먹물을 뿜어대며 “나 좀 잡아줍소!” 하네요.

하하, 서론이 길었습니다. 저는 아들 두 녀석을 키우고 있는 이미진입니다. 아들 녀석들과의 전쟁 같은 한판의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 개구쟁이 두 아들과 이미진씨. ⓒ장명구 기자

“야, 이 새끼야. 너 왜 자꾸 울려~.”

큰 녀석은 이제 37개월이고, 작은 녀석은 15개월 됐습니다. 작은 녀석(일명 또치)이 누워있을 때는 아주 평화롭습니다. 바둥바둥 거리다 기기 시작하니 두 녀석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 됐습니다. 슬금슬금 기어 가던 또치가 형을 보더니 쏜살같이 엄마한테 기어와 다리를 붙잡고 엉엉 울기 시작합니다. 왜겠어요, 형아가 한 대 쥐박았지. 그러면 저의 기차화통 삶아먹는 소리가 시작됩니다. “야, 이 새끼야. 너 왜 자꾸 울려~.” 그럼 큰 아이도 “아빠” 하고 웁니다. 아주 서럽게, 죽도록! 아이고 귀 따갑습니다.

일단은 웨하스를 하나 까서 두 놈의 입에다 쏙 넣어주면 다시 눈물 뚝. 뭐, 어느 책에서 보니 우는 녀석을 과자로 달래면 안 된다고 하대요, 이유는 나중에 화가 났을 때 먹는 것으로 푼다고요. 하지만, 정신건강상 어쩔 수 없이 달달한 그 무엇이 필요합니다.

또치가 돌이 지나 걷기 시작하니, 애들의 전쟁은 점점 무서워졌습니다. 갑자기 형아 머리끄댕이를 잡아서 머리를 찢어 놓고, 형아는 보복으로 또치를 깔고 뭉갭니다. 한탄의 목소리가 터집니다. “아이고, 살 수가 없다.” 이게 저의 소리냐구요? 4살 짜리가 하는 최고의 한탄의 표현인 거죠.

날이 추워 한동안 외출을 삼가다가 이제는 어린이집으로 두 놈을 다 보내니,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런 행복함은 정말이지 오랜만이에요. 밥 먹다가 두 녀석들한테 뺏길 일 없죠, 빨래더미를 뭉개놓는 일도 없죠, 제일 좋은 건 편하게 책을 읽고 못 본 드라마를 다시보기 할 수 있다는 것. 눈물납니다.

근데, 집에서는 피터지게 싸우는 녀석들이 어린이집에선 안 그런답니다. 그렇게 사이좋은 형제가 없다네요. 아무도 못 건드리게 철저히 보호자 역할을 하며 의좋은 형제인 척 한답니다. 집에서나 그럴 것이지, 짜식!

어린이집에 보내기 2주차. 상원인 신나게 엄마 안녕을 외치지만 또치는 내 어깨를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엄마” 하며 그리 악악 거립니다. 처음엔 저도 눈물이 핑돌았지요. 그 어린 놈을 내가 편하자고 보내니 내가 엄마가 맞나 싶기도 해요. 밥도 잘 안 넘어가고 늘 어린이집에다 전화해서 아들 녀석들 잘 지내나 확인하고 그랬지만, 뭐, 별 수 있나요? 저한테는 일우가 있는데요.(요즘 대세인 해품달 정일우를 말하는 겁니다)

못 다 한 집안 일을 해치우고 늦게나마 밥을 먹고 커피한잔(꼭 까라멜마끼아또여야 합니다!)이 주는 평화를 깨뜨리고 싶진 않습니다.

어린이집으로 두 놈을 다 보내니, 세상에나

오후 3시 반쯤 유모차를 쫄래쫄래 끌고 어린이집에 가면 어이쿠, 이놈들은 지 엄마 발자국 소린 참 잘 알아요. 두 놈을 태우고 툭하면 반찬과 간식이 떨어지는 집이니 시장을 들려야 합니다. 오지랖이 태평양이신 어미를 닮아 상원인 배꼽인사를 여기저기 남발하기 시작합니다. 배꼽에다 두 손을 가지런히 놓고 고개를 숙이며 “배꼽인사” 라고 외칩니다!

돼지고기는 질겨서 못먹겠다는 큰아드님의 명을 따라 쇠고기도 꼭 안심 아니면 살치살로 골라 잡수셔야 하고, 생선은 이면수님 아님 잘 안 드십니다. 국물도 좋아하셔서 무를 넣고 시원하게 끓여야 잡수셔서 항상 집에는 무와 콩나물이 한 박스씩 있구요.

요플레와 야구르트는 떨어지지 않게 해야지, 안 그럼 “왜 안 사놔! 돈 없어? 아빠한테 달라고 해야지~” 라고 따지시는 바람에 지갑에는 항상 돈이 빈다는, 쿨럭.

집에 들어와 씻고 저녁을 먹고 나면 또 슬슬 폴리님이 등장해 주셔야 합니다.(EBS 만화 로보카 폴리) 폴리님이 다 끝나면 이젠 집에 넘쳐 흐르는 소방차와 놀아야 합니다. 아마 집에 불이 나도 이 넘쳐나는 소방차들이 불을 꺼줄거라는.

그리도 뛰놀았으니 딸기를 씻어서 대령하면 앉은 자리에서 한 상자를 다 먹습니다. 정말이지, 내새끼지만. 먹는 것엔 정말 환장합니다.

또 우유 한 통씩 딱 물려드리면 저녁 10시. 또치님 입에는 공갈젖꼭지가 물려 있고 양손으로 힘있게 토닥토닥 해주면 어느새 잠이 듭니다.

남편과는 주말부부라, 아이들이 자는 이 시간에는 참 어찌할 지를 모르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스며드는 이 외로움이란 것은, 참 거시기합니다.

그러다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요놈들이 했던 그대로 하소연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 녀석들이, 어린이집만 갔다오면 나 붙잡고 안 놔줘. 화장실도 못가게 해. 얌전히 안 먹는다고 등짝 한 대 때렸더만 아빠랑 엄마 없다고 생각한다고 하구. 나 죽겠어.” 그럼 남편은 이 세상에 그 포근한 정 없는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어쩜 그리도 높낮이가 없이 저를 달래는지요. 그것도 특허기술감입니다.

그렇게 평일드라마 한편 딱 보고 나면 11시. 슬슬 졸음이 옵니다, 음냐, 이렇게 하루가 저뭅니다. 내일은 또치가 울지 않고 유치원차에 냉큼 타기를, 상원이가 또치 울리지 말고 사이좋게 잘 지내기를, 남편은 매일매일 출퇴근했으면 하는 소망을 빌며 잠이 듭니다. 아이고, 맥주가 땡깁니다 그려~.

맥주=한치의 공식에 묵묵히 따르며 오늘 밤도 그리할 것을 맹세하며, 내일은 얼마나 퐌타스틱한 일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아! 윌! 백! ^-^

이미진  (27, 오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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