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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우 ‘한국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 ⓒ김태우 | ||||
배고파 죽고 싶다, 배불러 죽고 싶다, 죽도록 사랑한다, 죽도록 외롭다, 죽도록 그립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짧은 말 속에 죽음은 배고픔, 사랑, 외로움, 그리움과 연결된다. 삶의 지속과 사는 이유에 대해 “왜 사냐건/웃지요.”(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부분)라고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백이나 김상용처럼 자연과 일체 될 수 있다면 왜 사는지에 대한 질문조차 필요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우리의 얇은 피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것처럼 삶의 이유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다. 죽을 이유는 그렇게 많은데 왜 살 이유는 찾기 힘든 걸까.
삶의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는 지금, 내 책상 위에는 푸른 표지 책 한 권이 놓여있다. 한병철의 ‘투명사회’다. 이 책에서 한병철은 지금 우리 사회가 긍정성의 과잉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그는 페이스북의 ‘좋아요’ 아이콘으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를 획일화의 시대, 전시화의 시대라고 말한다. 독자적인 베일, 혹은 부정성, 비밀이 사라진 투명사회는 ‘싦어요’ 버튼이 없으며 긍정성으로 똘똘 뭉친 좋아요만 표현한다.
‘투명사회’는 ‘투명사회’와 ‘무리 속에서-디지털의 풍경들’의 합본이다. 한병철은 디지털 풍경 속에서 존경은 거리와 함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존경의 독일어 Respekt는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돌아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존경은 배려다. 타인을 존경하는 사람은 함부로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지지 않는다. 존경의 전제는 떨어져 있는 시선, 거리의 파토스다. 오늘날 존경심이 사라지면서 거리를 알지 못하는 구경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것은 스펙터클의 특징이다. 스펙터클의 어원인 라틴어 동사 spectare는 거리를 둔 배려와 존경respectare 없이 관음증적 태도로 져다 보는 것을 의미한다. 거리의 유무가 respectare(존경)와 spectare(보다)를 구별한다. 존경할 줄 모르는 사회, 거리의 파토스가 없는 사회는 스캔들 사회로 전락한다.” (115-6쪽)
그런데 나는 한병철의 투명사회를 읽으며 그가 비판하는 좋아요로 대표되는 현대의 투명사회가 어쩌면 삶을 애타게 외치는 신호가 아닐까 싶었다. 인터넷과 SNS에서 자신의 비밀과 추억을 공유함으로써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그래서 삶의 이유를 하나라도 더 만들고자 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은 아닐까.
밴드에서 카카오스토리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거리의 유무와 상관없이, 존경까지 바라지도 않고 그저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통해 존재를 확인해야 하는. 깨지기 쉽고 그래서 안타까운 소비자로 전락한 우리들의 초상이 아닐까 싶었다. 무언가 가치 있는 걸 만들어내는 시민이 아니라 만들어 놓은 브랜드를 소비하기에 바쁜 우리의 모습이 안타깝다.
‘투명사회’에서 한병철은 삶의 이유를 투명성이 아니라 부정성에서 찾아보자고 말한다. 직선이 아니라 굽은 것,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관용의 부정성을 찾아보자는 거다. 타인과의 경쟁에서 획일화된 행복을 찾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항상 낙오되고 획일화된 기준에 의해 삶의 이유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가 아닌 시민으로 추억을 만들며 살되, 그냥 사는 게 아니라 잘 사는 게 뭔지 고민하며 산다면 살 이유 하나는 더 생기지 않을까. 살되, 잘 살자.
※ 김태우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오산고등학교 졸업, 2003년 전남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2008년 같은 대학 대학원 철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스무 살부터 이곳저곳에서 글쓰기를 비롯해 국어와 논술 그리고 철학을 강의했다. 2014년 현재 경기도 안산에서 아이들과 논술과 철학을 하며 신나게 놀고 있다. 실천하는 인문학을 지향하는 ‘한국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이다. 2014년부터 시민극단 ‘오아시스’ 활동도 하고 있다.
김태우 ‘한국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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