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우 ‘한국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 ⓒ김태우

바닥을 치면 올라갈 일이 남았고, 올라갔으면 내려갈 일이 남은 것. 그래서 절망 다음엔 희망이 있고 오만 뒤엔 좌절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너무 높이 올라가도 그 아찔한 높이에 불안하고 바닥에 있어도 불안하다. 심지어 잠깐도 가만히 있지 않고 오르락내리락 흔들리는 그 마음을 어쩔까.

불쌍하고 안타깝다. 더구나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내 삶이 온전해지지 않다는 걸 사람들과 만나면서 더 많이 알게 된다. 함께 사는 세상이니 함께 가야 한다는 아주 지극히 평범한 사실들을 만나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불안하기에 사람들은 안전한 것, 붙잡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 그 무언가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돈이 되기도 하고, 사랑이나 권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완전하고 절대적인 무언가가 있다 해도 알 수 없는 게 불안한 인간이다.

플라톤은 인간의 삶을 항해에 빗대 가장 잘 사는 일은 최선의 항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최선의 항해는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먼저 나 자신이 불안한 존재라는 아주 지극한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세상에 완전한 것이 있다 해도 우리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완전한 것을 체험할 수도, 알 수도 없다. 절대적인 무언가가 있어도 알 수 없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함께 사는 사람들이 결정할 일이다. 그 결정이 혹은 그 선택이 누군가를 해치지 않고 함께 웃으며 살 수 있는, 불안함이 덜한 것이기를 바란다.

혹 실수를 했다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다시 실수하지 않도록 반성하고 상처를 치료하고 미안하다고 가슴 깊이 사과할 일이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목소리를 빌려 󰡔국가󰡕에서 우리에게 최선의 항해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차선의 항해를 할 수 있기를 권유한다. 양육과 교육에서, 그리고 정치에서, 모든 삶에서 잘 사는 일이란 나 자신을 잘 아는 일이라고 말한다. 나를 잘 알고 이웃을 알아가는 일이다. 나와 다른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소크라테스가 했다고 착각하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델피 신전에 있는 글귀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세상을 살지 말라는 얘기다. 다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다. 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그리하여 나의 삶의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 없는 까닭이 생긴다.

내 삶을 온전하게 살고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는데 어찌 이웃이나 가족에게 자신의 삶의 기준을 강요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저 따듯한 차 한 잔을 두고, 서로의 불안을 달래주고 얘기할 일이 남았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안녕하냐고 말할 수 있는 작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안녕하세요. 내 가장 가까이 있는 그대에게 말한다.

김태우  ‘한국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