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우 ‘한국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 ⓒ김태우

언젠가부터 이가 아프다. 아니 잇몸이 아픈 건가? 도대체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다. 반짝이는 거울이 있어도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입 속 조차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다니 이게 나란 존재인가 하는 체념이 생긴다. 이 세상에 태어나 햇수로 38년 동안 지금까지 난 이 입으로 세상과 말을 하고 무언가를 먹고 마시고 호흡하고 독한 술을 마시고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다. 작은 입으로 뜨겁게 사랑을 속삭이고 누군가를 토가 나오도록 저주하기도 했다. 내 입엔 혀가 있고 잇몸이 있고 침과 엄청난 균과 지금 당장 생각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중에 가장 보기 힘들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이가 아프다. 젠장, 이가 너무 아파 욕이 나올 것 같다. 이런 조카 십팔 색깔 크레파스 같은.

어제는 치과에 가서 어금니 뿌리가 삭았다며 발치拔齒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를 뽑아야 한다고 말하는 의사나 간호사를 보며 그들이 내 고통에 동감同感하지 않는 모습이 보였다. 매일 아프다는 사람들을 보기 때문에 오히려 고통에 둔감鈍感해진 걸까. 나는 이렇게 아픈데 그들은 내 고통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 같다. 그렇다, 고통은 어쩌면 너무나 주관적이다. 눈에 띄게 붉은 피가 나오거나 골절로 깁스한다면 고통이 눈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고통은 볼 수 없기에 공감하기 힘들다.

나는 고작 이 하나를 빼야 한다는 이유로 나의 고통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세상엔 그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무거운 고통을 참고 살아가는지 생각해본다. 참고 참아도 참을 수 없어 그 통을 함께 하고 다시는 같은 고통을 겪지 않게 하려고 행동하다가는 선동가 혹은 선동꾼으로 몰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누군가의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를 계속 듣다가 그 고통에 너무 둔감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발 그만 아파하라고, 아파도 혼자 아프라고, 너만 아프냐’고 공감共感보다는 누군가를 향해 모난 돌을 던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중략… 이 우연한 만남을 그는 별로 신기하게 여기진 않았다. 신기하게 여기지 않는 자신을 도리어 신기하게 여겼을 정도였다.
손가락으로 기억하는 여자와 눈에 등불이 켜진 여자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쩐지 시무라는 마음속 어딘가에 보이는 느낌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중 16쪽에서)

공감한다는 건 느낌을 함께 한다는 걸 의미한다. 즐거운 일은 누구나 공감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문제는 고통이다. 슬프고 힘든 일을 자발적으로 공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동감하지는 않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두드린다
너의 얼어붙은 심장.

자꾸 그러면 난
깨져버릴지 몰라.

두드린다
너의 대답 없는 심장을.

자꾸 그러지 마
나에겐 원래부터 붉은 심장이 없었어.

두드린다
나이 들어가며 점점 사라지는 시력과
들리지 않아 쇠퇴한 나의 오감을 두드린다.
나에게 처음부터 없었던 것들을 붙잡고 싶다.
마구마구 가지고 싶다.
-김민의 ｢두드린다｣ 전문.
 

김태우  ‘한국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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