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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우‘한국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 ⓒ김태우 | ||||
물론 사랑이란 홀로 사랑이 아니므로 절대 계획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누구나 아픈 사랑보다는 따듯하고 좋은 사랑을 원한다. 플라톤은 『향연』에서 우리가 의술이라 부르는 기술을 사랑에 빗대 얘기한다.
진정한 명의가 되려는 사람이면 신체의 병[든] 부분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고, 그렇게 방치함을 싫어해야만 한다네. 왜냐하면, 의술이란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신체에서 일어나는 사랑의 현상들에 대해 어떤 부분은 보충하고 어떤 부분은 비워야 하는지에 관한 지식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이러한 현상들에 있어 좋은 사랑과 나쁜 사랑을 진단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의사다운 의사라 할 수 있네. (186C)
즉 훌륭한 의사란 신체에 있어 가장 적대적인 부분들을 서로 친하게 만들어 결국 그 부분들 서로가 사랑하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사실 차가움이 뜨거움에, 쓰디씀이 달콤함에, 건조함이 음습함에, 그리고 그와 같은 다른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서로 가장 대립된 부분들은 가장 적대적이 되기 마련이지. (186e)
다른 세월과 다른 풍경을 바라보고 살아온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한다는 일은 이렇듯 '적대적' 상황과 마주하는 것과 같다. 그러면 피하면 될 일인가? 오히려 사람들은 사랑을 두려워 피하기는커녕 불나방처럼 서로에게 달려들고 그리워한다. 사랑이라 부르는 특정한 누군가를 말이다.
인간은 오늘날처럼 남성과 여성의 양성이 아니라 세 종류[였다네]. …… [예전의 인간은] 둥그런 등과 원형의 옆구리를 가지고 있[었네]. 그들은 손 네 개와 다리 네 개에 완벽하게 둥그런 목 바로 위에 완전히 서로 똑같은 두 개의 얼굴이 반대로 놓여 있고 그 위에 머리 하나가 붙어 있다네. …… [그들은] 빨리 달려가고 싶을 때엔 마치 [텀블링] 하는 사람처럼 다리를 원모양으로 회전하며 앞으로 곧장 갈 수도 있다네. 이때 그들은 여덟 개의 사지를 지지점으로 이용해 수레바퀴 모양이 되어 빠르게 앞으로 나가는 방법을 쓴다네. 그런데 인간은 어떤 이유로 세 [가지] 종으로 나[누어졌겠는가?] …… [인간들이 신들에게 오만하게 굴었기 때문에 제우스가 벌을 내린 거라네. 제우스가 오만한 인간들을 향해 말했다네.] "이제 난 인간들을 둘로 나누겠다. 그러면 인간들은 더 약해질 거고 그 숫자가 증가할 것이므로 우리 신들에게 더 유익하게 될 거다. 그리해 인간들이 두 다리를 똑바로 서서 걸어 다니게 만들겠노라. 그럼에도 만약에 인간들이 또 불손하게 굴고 소요를 일으키려 할 땐, 난 그들을 다시 둘로 나눠 외발로 뛰어 [다니게] 만들겠노라." 이렇게 말하면서 제우스는 …… 인간들을 둘로 잘랐다네. …… 이렇게 인간은 본래 상태가 둘로 나뉘었기 때문에 그 나눠진 각각은 자기 자신의 반쪽을 갈망하며 그것과의 합일을 원하게 되었다네. 그래서 그들은 [나머지 반쪽을 만나면] 팔로 상대방을 껴안고 서로 얼싸안으며 한 몸이 되기를 원[하네].(190c-1b)
플라톤의 이야기처럼 인간이 서로 나뉘어 갈라진 자신의 반쪽을 그리워하는 거라면 인간은 절대 온전한 존재로서의 자신이 될 수 없다. 막상 짝을 만났다 해도 그 짝이 자신에게서 갈라진 자신인지 알 수 없다.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우린 그런 사람을 천생연분天生緣分이라 부른다. 하늘이 정해줘 그리된 것이지 사람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사랑이 천생연분이다. '사람'에서 'ㅁ' 하나만 'ㅇ'으로 바꾸면 '사랑'이 되는데 쉽지 않다. 이놈의 죽일 놈에 사랑.
김태우 ‘한국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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