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태우 ‘한국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 ⓒ김태우 | ||||
습관은 우연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필연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둘 중에 하나를 고르자면 우연보다는 필연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우발적으로 생기는 일에는 관대하지만 습관이 되어 발생한 일에는 엄격한지도 모르겠다. 습관은 고치기 힘든 일을 말한다.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것을 습관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어진 어떤 습관을 무르게 만들어 없애거나 바꾼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타인의 습관에 대해 인정하거나 무시하거나 때로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바꾸거나 없애려고 한다. 인정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의미한다. 부처의 마음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오죽하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분류하며 금의 인간과 은의 인간, 동의 인간이라 했을까.
몇 년 전부터 내 글을 쓰고 글쓰기를 가르치고 연극을 하던 나는 지난달 말부터 지금까지 온수공단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안산 상록구에서 다섯 시 반에 일어나 씻고 출근을 하면 여덟 시가 다 된다. 처음엔 일찍 일어나기가 힘들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멍한 기분으로 살았다. 그 멍한 기분에 출퇴근 길 사람들을 지켜봤다. 그중 열에 아홉은 스마트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웹툰을 보고 나머지 하나는 책을 읽거나 쪽잠을 자고 있었다. 물론 나는 후자에 속한다. 스마트하지 않은 나는 책을 읽고 때론 스르르 잠에 빠져 드르렁 코를 골기도 하다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깰 때도 있다. 퇴근하면 저녁 일곱 시가 다 된다. 나는 집으로 가지 못하고 바로 공연 준비를 하러 사람들을 만나러 나간다. 21일에 연극이 무대에 올라가기 때문이다. 집에 오면 자정이 넘은 시간이다. 어서 자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 습관 때문이다. 비록 이번 연극은 21일에 끝나지만 혹여 편안함에 익숙해질까 그래서 글쓰기를 할 수 없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미 나는 나의 작은 습관에 나만의 윤리학의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누구나 꼭 지키고 싶은 습관이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것을 습관이 아닌 취미라 부르든 특기라 부르든 말이다. 지키고 싶은 습관은 단단하지 않고 말랑말랑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기도 한다. 반대로 버리고 싶은 습관은 너무나 단단하고 매끈하다. 매끈한 습관은 너무나 편안하다. 매사에 고민하는 습관을 지닌 사람이 버리고 싶은 습관이라 말하면서 고민하기를 멈추는 것을 불편하게 느낄 정도로 습관은 무섭다.
습관은 교육을 통해 형성된다. 그래서 그 과정은 수동성과 능동성 모두 발휘된다. 또한 습관은 혼자 있을 때 가장 편하다. 하지만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 엄청난 무게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래서 배우들은 무대에 올라 새로운 인물이 될 때 자신의 습관을 버리고 새로 형성되는 습관을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없던 틱까지 만들어 다른 내가 된다. 일상의 무대와 관객을 대상으로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난 여기에서 무대를 예로 들었지만 무대가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습관은 형성되고 무너지고 더 굳어지게 된다. 별거 아니라 생각한 습관 때문에 큰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그 사람의 습관을 공유하거나 인정하거나 배척하는 일 따위가 생기는 일이다.
김태우 ‘한국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파트 짓는다고, 세계 2위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 무산 위기 만든 오산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