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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우 ‘한국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 ⓒ김태우 | ||||
사람의 손바닥엔 사람의 운명을 보여주는 선들이 가로지른다고 한다. 그래서 심심풀이로 우린 손금을 보며 애정운이 어떻다느니 생명선이 어떻다느니 우스갯소리를 한다. 하지만 습관에 베여 새겨진 새로운 손금은 진지하게 당신에게 묻는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살고 싶으냐고. 또 어떻게 살아왔느냐고.
습관은 숨쉬기가 아니다. 말하기도 아니다. 어떻게 숨을 쉬며, 어떻게 말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구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냥 살아있으니까 사는 무작정 막연한 것이 아니다. 습관은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절대 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그래서 습관은 들이기도 힘들고 고치기도 힘들다. 쉽게 만들어지는 습관이 있는 반면 어렵게 만들어지는 습관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 왜, 어떻게 라는 질문과 맞닥뜨리게 되는 삶의 문제에 있어 중요한 것들은 마디를 가진 습관들이다. 나이테가 추위와 더위를 견디며 만들어지듯 습관의 마디는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마디가 때로는 아름답고 또 혐오스럽기도 한 것이다. 즉 습관은 인간의 무늬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때로 그 대답이 부조리한 모순의 무늬를 만들어내는 습관. 2014년 내가 만들어놓은 습관이 아직 다가오지 않은 2015년을 보여준다.
습관은 또한 적응(適應)이다. 적응되지 않은 것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밀어낸다. 그것이 꼭 필요한 것일지라도 말이다. 적응은 일종의 쇠창살에 가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적응의 시간과 정도 또는 할 수 있음과 할 수 없음의 문제는 상황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습관에 적응한다는 것은 일종의 암묵적인 동의(同意)가 필요하다. 동의가 깨져버리면 적응도 깨져버린다.
삶에 있어 그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은 스스로를 가둬두면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을 가둬두는 곳은 창살이 있는 곳일수록 좋다. 스스로 열 수 없는 자물쇠가 있는 곳이면 더욱 좋다. 정해진 시간표가 있어 먹고 자는 시간과 모든 일과가 정해진 곳이면 더욱 좋다. 그곳에 자신을 묶어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정말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물론 당신이 원하면 언제든 그곳을 떠날 수 있다. 안락하지만 모든 것이 정해진 세계에 적응할 것인지 아니면 부조리한 세상에 나가 모순과 싸울 것인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밖에는 자유가 있고 모순이 있으며 습관의 칼날이 번쩍거리고 있다. 안은 따듯하지만 자유가 없다. 누군가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연락조차 할 수도 받을 수도 없다. 왜냐하면 당신이 있는 곳은 철저히 폐쇄된 곳이기 때문이다.
예리하고 둔탁한 습관의 세계. 오늘도 시지포스는 종국에는 바닥으로 떨어질 자신의 바위를 어깨에 이고 언덕을 힘겹게 오른다. 그의 노동이 쓸모없는 일인지 아니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의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유를 선택해서 삶의 무게를 잔뜩 짊어지고 하루하루 습관으로 아로새겨진 부조리와 대면한다. 대면(對面). 피하지 않고 부조리와 마주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그것부터는 바로 무늬의 문제, 가치의 문제, 의미의 문제다.
김태우 한국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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