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아이들은 귀엽고 사랑스럽다. 초롱초롱한 눈망울,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맑게 해주는 환한 미소, 천진난만한 웃음소리. “아이 라브 유(I love you)”하며 반가워하는 한 아이는 살포시 안아주고 싶거나 아예 꽉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다. 0세부터 4세 아이들을 돌보는 다솜어린이집 아이들 이야기다.

다만, 여느 아이들과 다른 점이 딱 한가지 있다. 바로 다문화 가정이나 이주자 가족의 아이들이라는 것. 다솜어린이집은 이런 아이들만을 돌보는 오산시에 단 한 곳 뿐인 어린이집이다. 현재 다솜어린이집에는 17명의 아이들이 있다.

▲ 다솜어린이집 김선화 원장을 비롯한 선생님들과 아이들. ⓒ장명구 기자

3일 오후 오산시 원동 한주아파트에 있는 다솜어린이집 김선화(45) 원장을 만났다.

김 원장이 다솜어린이집을 맡게 된 것은 지난 5월, 그러니 이제 겨우 두 달 정도 되는 셈이다. 솔직히, 처음엔 다문화 전담 어린이집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 자신이 배워온 것과 일맥상통하면서 “아, 이거구나.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에 맡게 됐다.

“우리 아이들도 한국의 일반가정 아이들과 똑같아요. 귀엽고 사랑스럽죠!”

다솜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묻자, 김 원장에게서 돌아온 답이다. 하나의 지구촌의 아름다운 인간들이라는 것이다. 부모들의 다양성을 포옹할 줄 알고, 있는 그 자체 그대로를 이해해 주었다.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인간으로서의 공통성을 긍정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단다.

다솜어린이집의 목표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당당하게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뒷받침이 되어 주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오히려 아이들이 김 원장을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진정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돌보며 김 원장의 가장 큰 보람은 아이들이 새로운 것들을 하게 될 때이다. 가르친 보람이 있구나 싶단다. 이것은 아이들의 부모들에게도 적용된다.

우선 문화적 차이가 분명히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껌뻑 죽는 시늉도 한다. 하지만 동남아 엄마들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아이들을 그냥 그대로 방치하곤 한다. 일례로, 대소변을 가릴 때 그냥 속옷을 입히지 않고 하체를 노출시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교육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엄마들이 수긍하고 따라 줄 때 보람을 느낀단다. 현장체험학습이 있을 때 절대 싸오지 않던 도시락을, 지금은 맛있고 맛깔스럽게 싸올 때고 기쁘다고 했다.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는 만큼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행복해 보이기 때문이다.

특별하게 힘든 점은 없지만, 역시 언어적 소통이 힘들긴 하다. 앞서 말한 일들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한국 부모들에 비해 10배, 20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언어 소통이 힘들 때가 많아서 1~2분이면 알아들을 말을 10분, 20분을 반복해야 하는 경우다. 이해할 때까지 얘기를 해야 한다. 대충 알아 듣는 것 같아 얘기를 마치면 꼭 나중에 엇갈리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 김선화 다솜어린이집 원장. ⓒ장명구 기자

또다른 어려움 중 하나는 다솜어린이집의 재정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이다. 솔직히 다솜어린이집의 빚은 수천만원에 이른다. 대출이자를 갚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애초 다솜어린이집 역사는 지난 2004년 오산이주노동자센터에서 이주노동자자녀들을 위한 탁아방을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필리핀, 방글라데시 아이들 5명을 돌보며 출발했다. 아이들은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소일 삼아 20만원씩 받고 돌보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으로 2,000만원을 받아, 교사 한 명당 하루 종일 일할 경우 월80만원, 한나절인 경우 월40만원의 인건비와 식비를 제공했다. 부모에게는 월10만원의 회비를 받아 등하원시 유류비로 사용했다.

하지만, 부모들이 일이 없어 1주나 2주를 쉴 때면 회비를 내지 않았다. 10만원이면 한국에서는 매우 적은 돈인데, 그들 나라 기준으로는 상당히 큰 액수였다. 일이 없어 아이를 며칠만 보내지 않아도 회비를 내지 않았다. 솔직히 부모들이 다솜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기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형편이 어렵다보니 대부분 아이들은 시 외곽에 살았다. 그만큼 거리가 멀어 유류비 지출이 만만치 않았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운행 차량도 잦은 고장을 일으켰다.

부모들에게 보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비를 부담시키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맞는 표준 보육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한 것도 재정상의 어려움을 키웠다. 그렇게 빚은 조금씩 늘어만 간 것이다.

2010년 8월, 오산이주노동자센터 부설로 다문화 전담 다솜어린이집을 오산시에 설치신고 하였다. 2011년 3월부터 다문화가족 자녀는 재산과 소득에 상관없이 보육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게 됐다. 예전보다는 보육비를 내지 못하는 부모들이 줄어들어 형편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어렵긴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식을 접한 오산의 대표적인 봉사단체인 나누며사는오산사람들에서 차량수리비를 지급해주기도 했다.

견디다 못해 대출이자라도 갚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오는 14일에는 오후4시부터 오후10시까지 오산시청 후문 옆 야간비행이라는 주점에서 ‘다솜어린이집 재정마련을 위한 일일호프’ 행사도 연다. 주최는 오산이주노동자센터에서 하고, 다솜교회, 오산이주여성인권센터, 다솜공부방이 후원한다.

아이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떠올리며 오는 14일 토요일만큼은 일일호프에 한번 가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김 원장이 아이들을 돌보며 느꼈던 것처럼, 우리들의 발걸음이 아이들의 작은 소망을 활짝 꽃피워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다솜어린이집 아이들도 한국의 아이들과 똑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의 아이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지 마시고, 같이 사는 옆집 이웃의 귀여운 아이로 보아 주시기 바라요. 우리들이 지도하고 따뜻하게 보듬어줌으로써 글로벌한 역량을 키워 사회의 중요한 인물이 될 수 있도록 주위의 응원을 바랍니다.”

▲ 간식을 맛있게 먹던 아이들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눈이 휘둥그레져 쳐다보고 있다. ⓒ장명구 기자

 

장명구 기자  jmg@mh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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