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진이 잔디리마을공동체 대표(왼쪽)와 장경진 ‘안아주세요’ 대표가 12월 28일 오산시청에서 업무협약식을 하는 모습. ⓒ오산시

“언젠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수입콩 가격으로 안전한 국산콩 제품을 먹게 할 거예요.”

수입산과 유전자 조작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먹거리 안전이 의심스러운 요즘, 이러한 우려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사회적 기업 (주)잔다리마을공동체(이하 잔다리) 홍진이 대표의 말이다.

잔다리는 100% 국산 재료만을 고집할 뿐만 아니라 합성보존료나 첨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웰빙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세교동의 순우리말인 ‘잔다리마을’은 지난 2011년 9월 행정안전부 선정 오산시 마을기업이다. 2012년 11월 12일에는 경기도 예비사회적기업으로까지 지정됐다.

잔다리의 주제품은 전두부와 두유이다. 전두부 과자도 만든다. 현재는 두부를 넣은 떡을 연구중이다.

무엇보다 잔다리는 고객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한다.

잔다리 제품의 주원료인 콩은 오산과 주변지역에서 공급받는다. 수입산이나 GMO(유전자조작식품) 콩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로컬푸드 정신의 실천이다.

전두부의 생산과정은 콩을 불리고 갈고 끓이는 과정에서 폐수를 배출하는 동종업종의 일반적인 과정과 다르다.

마른콩을 콩가루를 내 콩물을 끓여 굳혀 버리는 것이 없게 함으로써 폐수를 배출하지 않는다. 친환경적 생산과정이다.

잔다리에서 만드는 전두부는 비지를 빼지 않고 온전한 영양성분을 담고 있다. 맛도 일반두부보다 더욱 고소하다.

전두부는 콩으로 만든 플레인(기본) 외에 흑미, 홍국쌀, 단호박 등을 가미한 기능성 식품까지 다양하다.

전두부는 우리나라 소비자에겐 다소 낯설지만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두부 형태이다.

홍 대표는 “내가 주부들에게 익숙한 일반두부가 아니라 전두부를 선택한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잔다리가 사회적 기업으로서 정부지원금을 받는데 시장의 두부가게와 똑같은 제품으로 나눠먹기 경쟁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잔다리가 생산하는 두유 역시 전두부와 마찬가지로 안전과 영양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잔다리 두유는 100% 무첨가 무조정 콩물이다. 영양가득한 콩의 배아까지 통째로 들어있으며, 몸에 좋지 않은 첨가제나 소금은 전혀 넣지 않았다.

잔다리 전두부를 먹어본 사람들은 그 맛과 질감의 독특함에 반한다. 웰빙식품인데다 맛있고 가격 역시 일반 전두부에 비해선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기술력이나 제품의 높은 질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중소기업이 현실에서 항상 부딪히는 판매 및 마케팅의 어려움을 잔다리 역시 겪고 있다.

손익분기점을 고민해야 할 기업으로선 수입콩을 써서 판매가격을 낮추라는 주변의 요구와 실제로 큰 업체에서 들어오는 제안이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유혹에 대해 홍 대표는 “우리는 사회적기업이다. 당장 눈앞의 어려움에 굴복하여 국산콩, 안전한 재료 사용이라는 원칙을 포기하면 장기적인 전망을 모색할 수 없다”라며 “수입콩을 사용하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대기업 제품을 당해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잔다리는 지역민의 고용과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하는 지역 풀뿌리형 사회적기업이다.

지역민 12명이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2천만원까지 투자해 자본금 1억원으로 출발했다.

직원은 홍 대표를 포함해 4명이다. 비정기적으로 일하는 2명까지 합하면 총 6명이다. 모두가 마을 주민이다.

주민들이 참여한 마을기업에 관은 2011년 국·도·시비 5천만원, 2012년 3천만원을 지원했다.

사회적기업은 수익창출과 주주 이익 극대화만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주식회사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생각하듯 사회적기업이라고 해서 관에서 혜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관의 지원은 사회적 취약계층의 고용창출이 있을 경우 지원되며, 수익금의 1/3도 사회에 의무적으로 환원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기업은 마케팅과 거래처 확보 등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생력을 갖추어야 한다.

잔다리 구성원들은 계속된 교육과 논의를 통해 자신들의 기업성격을 사회적기업으로 설정했다. 직원들끼리 기업의 가치와 지향점을 공유하면서 내부의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잔다리는 자신들의 고용과 생활의 안정을 꿈꿀 뿐만 아니라 사회의 지원을 받은만큼 사회로 되돌려주는 순환의 따뜻한 공동체를 꿈꾼다.

지난 12월 28일 가난한 아프리카인에게 안경을 보내주는 대학생 비영리단체 ‘안아주세요’와 매출액의 1%를 시력개선사업에 기부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그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잔다리는 또한 2013년 1월 초에 ‘대한나눔복지회’와 함께 책 기부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집이나 도서관에서 잠자고 있는 책을 끌어내 국내의 작은 도서관이나 저개발 국가에서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보내게 된다.

소비자들이 집에서 잠자고 있는 헌 안경, 돋보기, 썬글라스, 헌책 등을 가져오면 잔다리는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원래 가격의 절반에 두부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잔다리 제품을 구매할 뿐 아니라 사회적 기부활동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홍 대표는 오산시 도시농업을 일구고 있는 개척자이기도 하다.

오산시 도시농업의 효시인 도시농업과 텃밭을 공부하는 엄마모임인 ‘오산팜(Osan Farm)’ 스터디 모임을 결성했다. 현재는 도시농업학교를 진행하며 지역민들과 함께 서울대병원 부지 ‘자연애농장’에서 지역민들과 함께 농사도 짓는다.

친환경 녹색도시를 꿈꾸는 도시농업 활동과 안전한 먹거리를 지향하는 로컬푸드 정신의 잔다리 사업은 자연과 인간, 생명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서로 통한다.

홍 대표는 작년에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농부시장에 참여해 잔다리의 친환경 안전한 먹거리 제품을 알려왔다. 홍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좌충우돌 많은 행사에 참여하며 잔다리 사업의 씨를 뿌렸다. 작년에 뿌린 씨를 올해 풍성한 열매로 거둘 기대를 갖고 있다.

나아가 홍 대표는 계사년 새해, 좀 더 크고 장기적인 잔디리의 꿈과 전망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생긴 지 1년이 갓 지난 신생기업이에요. 작년에 저는 공동체적 삶, 사회적 경제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잘 몰랐어요. 1년 동안 교육받고 경험하면서 많이 느끼고 배웠죠. 2013년에는 작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모범적인 사회적기업의 전형을 만들 각오예요. 장기적으론 잔다리를 키워 성남의 시민기업처럼 시민이 주인인 기업을 오산에서 만들고 싶어요.”

조백현 기자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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