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창일 (재)오산문화재단 상임이사. ⓒ(재)오산문화재단

지난해 (재)오산문화재단이 진행한 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란 사람이 적지 않을 듯 싶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세대에게 그동안 오산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질 높은 문화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소개됐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에 호두까기인형 발레가 공연되는가 하면 크리스마스 땐 큰 도시에서도 유치하기 힘든 국립합창단의 헨델메시아 특별음악회까지 열렸다.

이러한 흐름이라면 문화욕구의 충족을 원하는 지역민들이 굳이 비싼 비용과 많은 시간을 투여하면서까지 다른 도시로 원정가는 번거로움을 겪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이런 놀라운 일의 중심에 오산문화재단 강창일 상임이사가 있다.

강 상임이사는 시 산하기관의 일반적인 정치성 낙하산 인사와는 달리 오로지 경력과 능력만을 보고 뽑은 외부의 무연고 전문인사이다.

강 상임이사는 국립중앙극장, 뉴미디어인 CA TV(문화예술채널-A&C 코오롱), 고양문화재단에서 문화사업과 교육, 연구 등을 수행해 온 전문 예술경영인이다.

지역사회는 오산문화재단과 강 상임이사의 등장으로 수준 높은 문화예술 도시로의 전망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문화 불모지 오산에서 오히려 '문화오산'으로 도약할 수 있는 '꿈'을 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아직까진 가능성일 뿐이다. 강 상임이사는 이후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질 좋은 문화 프로그램의 끊임없는 개발과 대중화, 오산문화재단의 정치적·재정적 독립구조 확립, 지역사회 문화역량 강화 복무 등이 그것이다. 지역민들이 오산문화재단과 강 상임이사에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주어야 하는 이유이다.

문화예술 영역에서 지역의 센터 역할을 할 오산문화재단의 실질적 수장인 강 상임이사를 15일 오산문화재단 상임이사실에서 만났다.

- 오산문화재단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지난해 8월에 출범한 문화예술사업 전문 수행 문화기관이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 11번째 문화재단으로 설립되었다. 오산시의 문화예술 관련 위탁업무를 주 사업으로 운영하는 독립기구다.

2004년에 개관한 문화예술회관(대, 소공연장 및 연습실)과 미술관 문화공장오산을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시가 위탁한 공연, 전시, 축제, 교육사업을 효율적으로 시민의 눈높이에 알맞게 제작, 운영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

출범 이후 약 5개월간 공연 약 20편, 문화공장오산 시범개관과 정식개관전 4회, 어린이 체험전 2편을 기획제작 진행하였다.

▲ 강창일 (재)오산문화재단 상임이사. ⓒ(재)오산문화재단

문화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오산은 서민들이 많이 산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끼고 삶의 활력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의 눈높이에 맞는 문화를 선진국답게 다양하게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남들이 3년 걸렸다면 1년만에 이루고 싶은 욕심이 있다.

5개월 동안 시장(市場)과 지역 예술적 자산에 대해 파악했다. 오산시가 남다른 발상으로 문화재단을 출범시킨 만큼 독특하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시민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 오산문화재단의 상임이사이다. 오산 문화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생각인가? 오산에서 이루고 싶은 것은?

오산문화재단의 실질적인 대표로서 책임이 무겁다. 임기 내에 오산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문화재단을 만들고 싶다. 젊고 생동하는 활력의 교육도시에 걸맞은 문화예술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하고 내용있게 꾸미고자 한다. 미취학 아동부터 대학생까지 교육세대에게 창의와 상상력을 갖게 하는 문화예술을 경험, 체험하도록 애쓰겠다.

- 오산시 문화 환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시 인구 90%가 이주민이고 30.7세의 평균연령이 약점이자 강점이라 인식한다. 또한 옆 동네 동탄의 경우 유료관객 모으기가 쉽지만, 오산은 그렇지 않다. 현재는 유료관객 30% 모으기도 힘들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목표 대상은 명확히 보인다. OECD 선진국도 1970, 80년대에 문화를 생활로 끌어들였듯이 오산의 문화환경 조성이 이제 출발점에 있다고 본다. 광속도 수준의 소통시대에 문예장르의 벽을 넘어 복합, 융합의 컨버전스가 최근의 추세이다. 오산시가 혁신적인 안목으로 문화재단의 역할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 오산 문화인들은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과 발표할 공간과 기회를 많이 갖길 원한다.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간 오산시의 예술적 자산(단체, 개인 모두)이 어느 정도인지 1차로 파악되었다. 우선 주체적으로 활동해 온 것을 존중한다. 우리 재단은 오산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활성화에 일조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일례로 정상적인 공연장, 미술관 관람문화를 정착시키고, 동시에 발표 기회를 늘릴 수 있는 ‘스프링 아트 페스티벌’(가칭)을 구상 중에 있다.

- 질 좋은 고급문화를 많이 기획, 공연해 오산문화 수준을 한단계 높이고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시민참여가 활발하지 않다는 지적과 이로 인한 시 재정부담 우려가 있다.

서울에서 하는 똑같은 좋은 공연이 오산에서 1/2, 1/3 가격에 공연되고 있다.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공짜공연은 지양돼야 한다. 그간 전년도 10월부터 12월 제야 음악회까지 17편의 공연작품을 기획, 제작 진행하면서 시민참여, 즉 유료 관람객이 기대 이하여서 노심초사하는 일이 많았다.

2004년부터 문화예술회관이 운영되었지만 관극(觀劇)조직인 문화가족이 300여명에 불과하다. 유아, 어린이 공연물은 학부모가 교육의 개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상적인 유통이 있다. 그러나 성인(가족 단위) 대상 공연물은 객석과 유료 점유율이 인근 유사 도시보다 못한 점을 절감했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욕으로 ‘문화가족’(멤버십, 관극조직)을 늘리고 새로운 관객개발에 주력할 생각이다. 올해는 2,000명의 ‘문화가족’을 목표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우선 수요(관객)가 있는 공급(좋은 공연 콘텐츠)을 원칙으로 분기별로 목표 관객을 설정하고 점검할 계획이다.

▲ 강창일 (재)오산문화재단 상임이사. ⓒ(재)오산문화재단

정말 광범위하고 부담이 되는 축제사업을 맡게 되어 매일 기도하는 심정으로 준비 중이다. 우리 오산시 축제가 오랜 역사의 향토축제와 도시축제가 아니므로 재단이 맡게 된 축제사업은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산시민이 즐겁게 참여하고 체험하는 것을 목표로 ‘과정이 있는 축제’로 만들고 싶다. 즉 개막식은 그간의 준비가 돋보이고, 폐막식은 다음 축제를 기대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독산성문화제’는 오산시의 향토문화제이다. 그간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역할을 존중하여 꾸미고, 보다 시민이 편하게 참여하고 다양한 장소(Site)에서 축제를 유익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관련 주관사와 단체와의 협의를 매우 치밀하게 하겠다.

‘오산 뷰티 페스포 축제’는 도시 예술 축제이자 화장품 산업형 축제라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신중한 접근과 두 번의 기존 축제 분석과 유사 화장품, 향장 축제와의 차별성을 갖도록 차근차근 준비하겠다. 특히 국제화 등을 도모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 그동안 오산문화재단의 성과와 아쉬웠던 점은?

단연 시립미술관임을 표방한 ‘문화공장오산’의 시범개관과 공식개관전의 성과를 꼽고 싶다. 여러 불비(不備)한 조건을 이겨내고 차세대 복합 문화공간인 ‘문화공장오산’의 방향성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점이다.

그간 개관을 위해 산파 역할을 한 오산시청 공무원의 노력에 감사하고 안팎으로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아쉬웠던 점은 공연장과 미술관의 안정적 운영 모델인 유료관객 창출이 미흡했다.

- 올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업과 성과를 내고 싶은 계획은?

문화예술회관은 관극조직을 강화시키되 방향과 목표가 분명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

▲ 클래식 정격연주회 연 4회 개최(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오산 유치 + 이화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오산 연주 첫 시도) ▲ 교육연극의 최고 작품을 연 2회 개최(오산 아시테지 겨울/여름축제 - 국내 5팀, 해외 4팀 이상 초청) 외.

문화공장오산은 두 편의 제작 성과가 있는 ‘어린이 대상 체험놀이’ <못말리는 놀이터 시리즈>를 올해도 3편 이상 제작해 계속 성과를 끌어내겠다.

개관 1주년 전시를 10월경에 개최하여 명실상부한 복합문화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으로 자리잡도록 힘쓸 계획이다.

이외에 문화공장오산(오산천변 시립미술관)에서 시작해서 필봉산을 거쳐 다시 문화공장오산으로 돌아오는 자연과 함께 하는 미술 코스를 개발할 생각도 있다.

- 지역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그간 많은 것이 모자란 저희 문화재단에 관심과 배려를 해주신 지역사회 구성원 분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2013년은 문화재단 운영의 원년이자 문화공장오산 개관 1주년이다. 또한 내년 2014년에 문화예술회관 개관 10주년이 되는 것을 준비하는 해이기도 하다.

계속 따뜻한 관심과 배려, 따끔한 질책과 개선의견을 보다 많이 보내주셨으면 한다. 저희 문화재단은 더욱 노력하는 자세로 시민에게 봉사하는 ‘눈높이 철학’을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

▲ 강창일 (재)오산문화재단 상임이사. ⓒ(재)오산문화재단

조백현 기자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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