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도서관 야학에서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있는 유창현 주무관. ⓒ공경자 기자

중앙도서관 3층에 가면 월~금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늦은 만학의 꿈을 이루려는 열정의 수강생들과 재능봉사를 하는 ‘오나리야학’ 교사들의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다.

2006년 청학도서관(구 시립도서관)에서 ‘청학골야학’으로 시작된 오산시청 봉사동아리 ‘오나리야학’은 올해로 8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매년 3~4명의 검정고시 합격자를 꾸준히 배출하였고, 야학을 거쳐 간 오산시청 공무원 교사들만 10여명에 이른다.

야학교사들 중 유일하게 8년 동안 제자리를 지켜온 유창현(오산시청 기획감사실) 주무관.

유 주무관과 ‘오나리야학’ 공무원 교사들은 봉사의 성실함과 열정을 인정받아 작년에는 오산시장 표창까지 받았다.

청년같은 열정과 겸손함이 묻어나는 유 주무관을 만나 8년 동안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았다.

◇ 야학교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20004년에 시청에 입사하여 2년동안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었다. 뭔가 의미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을 때쯤 2006년에 야학봉사를 같이 할 교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교사모집에 지원하게 되었다.
홍위표 현 보건행정 과장님의 제안으로 뜻이 맞는 시청 공무원들끼리 시작하게 되었다.
청학도서관(구 시립도서관)에서 ‘청학골 야학’으로 시작되었고, 현재 ‘오나리야학’으로 발전하였다.

◇ 야학교사를 선발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는가?

‘오나리야학’은 봉사 동아리다. 처음 야학을 시작할 때는 강사모집도 쉽지 않았다. 지금은 강사모집 공고가 나가면 많은 공무원들이 지원을 한다. 강사를 선발할 때 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과 성실함이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성실한 사람들은 다른 일을 시켜놔도 그렇다.
강의를 듣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분들도 매사를 성설하게 살아내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 무엇보다 강사의 열정과 성실함이 중요하다.

◇ 8년째 꾸준히 야학 강의를 해오고 있다. 본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남들 앞에 서서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어떤 곳에서도 내 생각과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두려움 없이 표현할 수 있다.
남들은 봉사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론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었다. 자기계발을 위해 돈도 들이는데 나는 칭찬 받으면서 나 자신을 발전시켰다. 일주일에 하루 두시간을 봉사하고 값어치 있는 소득을 얻어, 야학강사를 하게 된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 수강생들 중 어르신들이 많다고 들었다. 어르신들이 야학에 오시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어르신들 중에서도 대부분이 여성분들이다. 자식들 잘 키워 놓으시고 학력수준 높은 며느리를 얻는 경우가 많다. 똑똑한 며느리들에게 당당해지고 싶어서 오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야학에 오시는 분들은 대체로 성실한 삶을 살아오셨다. 그러니 연세가 많으셔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시고 자기계발을 하신다. 검정고시에 합격하시고 대학에 입학하신 분들도 꽤 많다.

◇ 본래 교사의 꿈을 갖고 있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의미있는 일을 찾던 중 시작한 일인데 강의하면서 내가 교사를 해도 괜찮았겠구나 생각한다. ‘과학’ 과목을 담담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때 포기했던 과목이다. 강의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1년 정도 지나면서 ‘과학’에 자신이 붙었다. 야학강의는 내가 모르던 나의 재능을 발견하게 해주었고,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끔 만들어주었다.

◇ 청년기를 야학과 함께 지나왔다. 부모님이나 아내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머님이 ‘오나리야학’에서 공부하시고 6개월만에 검정고시에 합격하셨다. 아들을 선생님으로 삼아 공부한 셈이다. 어머니가 검정고시에 합격하시고 아버님도 어머님이 공부한 책으로 공부하셔서 검정고시에 합격하셨다. 그러니 부모님이 좋아하지 않으실리가 없다.
나 역시 부모님 때문에 ‘오나리야학’의 강사생활이 더 뜻깊다. 야학에 오시는 수강생분들을 어머님처럼 생각하고 있다. 나이 들고 공무원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계속 야학에서 강의를 하고 싶다. 아내도 시청공무원이다. 아내는 남들 앞에서 말하기를 좀 꺼려하는데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같이 야학에서 강의하고 싶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은?

2년째 야학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계시는 70대의 어르신이 있다. 그분과는 2년동안 강사와 수강생으로 만나면서 정도 많이 들었다. 그분이 하루빨리 검정고시에 합격하시게 되길 바란다.

◇ 야학 교사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어려웠던 점보다 좋았던 점이 많았다. 부모님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고, 나는 자기계발을 할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하루 정해진 날을 꼬박꼬박 지키다 보니 술도 덜 마시게 되고, 성실해졌다. 내 자식이 자라면 과학공부는 확실히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까까머리 청년 같은 모습의 유주무관은 시종일관 자신이 하는 일이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일임을 겸손하고 야무지게 강조했다. 봉사를 통해 자신과 타인에게 유익한 일을 창조하는 것. 작은 동기로부터 시작되는 작은 실천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임을 유 주무관과 ‘오나리야학’ 팀은 보여주고 있다.

공경자 기자  mail@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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