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택 시인. ⓒ조은주 시민기자

중앙시조대상은 시조 문단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에 하나로 평가받는다. 암 투병과 실직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에 이뤄낸 쾌거이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요, 지역 사회엔 자긍심을 심어준 서 시인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앙시조대상 시상식은 12월 26일 저녁 6시 서대문에 위치한 리더스라인에서 열린다.
 

□ 선생님께서 수상하신 ‘중앙시조대상 신인상’에 대해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중앙시조대상이란 중앙일보에서 시조시인을 대상으로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가장 권위 있는 상중에 하나인데 <중앙시조대상>과 <중앙시조대상 신인상>의 구분은 등단한 햇수로 구분이 됩니다. <중앙시조대상>은 등단 한지 15년 이상이 되었고 시집을 1권 이상 출간한 시인이 그 대상이 되고 <중앙시조대상 신인상>은 등단 5년 이상 ~ 10년 미만의 시인이 그 대상에 해당됩니다. 자유시단과는 다르게 시조문단에서는 등단한 지 10년이 넘지 않았으면 신인으로 취급됩니다.

□ 청소년기의 성장 과정에서의 문학, 그리고 고난과 역경이 닥쳤을 때 문학이 선생님의 일상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고 싶습니다.

☞ 문학은 제 고향이며 제 정체성을 올바로 일깨워주고 있는 자명종과도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분히 폭력적인 성향을 지녔던 청소년기에 문학 아니, 문학의 바다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 없었다면 저는 폭력적 성향에 잡아먹혀 그저 그런 똘마니 인생으로 이름 모를 골목길에 나뒹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청소년기에 대하는 문학이란 무한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 속에서 간혹 표출되는 폭력적 성향을 정화해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뚜렷한 목적 없이 난파한 난파선처럼 흔들릴 때는 굳건한 닻이 되어 중심을 잡아 준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 본격적으로 문학에 입문한 후 문학과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스승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시조를 좋아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요?

☞ 제 문학의 디딤돌이 되어 주셨던 스승님이라… 있지요.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오산중학교, 오산고등학교 출신 이예요. 중학교 2학년 때 제물포에 계시다가 오산중학교로 전근을 오신 박종우 선생님( 당시 국어 교사)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분은 전근해 오시자마자 책을 한 권 소개해 주셨는데 교학사에서 발행되었던 문고판 책이었어요. 손바닥에 딱 들어올 정도 크기의 책이었는데 그 책에 1,000여 편의 고시조가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무식하다고 밖에 볼 수 없지만 제가 그 당시에 그 1,000편을 거의 다 외운 적이 있어요. 그렇게 각인되었던 시조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지냈는데 마흔을 바라보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시조 생각이 나는 거예요. 끼적거려 보다가 인터넷의 영향을 받아 문학을 지망하는 분들과 시조 쓴 것을 교환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시조시인이 되어 있더군요. 시조를 좋아하게 된 동기요? 압축과 절제의 묘가 잘 녹아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방만하지 않으면서도 간결한 문장이 전해 주는 삶의 에세이가 좋았습니다.

□ 앞으로 시조시인으로서 어떤 역할이 더 적극적으로 필요 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중국에는 오언율시(五言律詩)와 오언고시((五言古詩) 등이 있고, 일본에는 하이꾸(俳句)라는 정형시가 있고, 유럽에는 오뜨 및 소네트라는 정형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정형시는 그 역사가 1,000년 이상 되는 민족이 지니고 있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무형문화재나 마찬가지이지요. 우리나라의 시조는 짧게는 700년, 길게는 1,000년 전 신라시대의 향가를 그 근간으로 한다고 보는 게 정설입니다. 시조시인으로써의 역할과 그에 수반되는 사명감이라면 일본의 하이꾸가 전 국민의 문학으로 우뚝 서 있듯 누구나가 쉽게 읽고 쉽게 쓸 수 있는 그 기반의 확보가 절실하다고 볼 수 있겠고요. 그 시작을 저는 저 이외에 다시 한 사람, 또 한 사람을 더해 가는 방식으로 저변을 넓힐 생각입니다.

□ 진심 어린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후배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다만, 후배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라는 사실이지요. 그러나 꿈을 꾸기 위해서는 먼저 잠이 들어야 하는데,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잠이란 생물학적 측면에서의 잠이 아니라 자신의 심상(心想)을 열고 들어가 그 안에서 잠들어 보라는 말입니다. 심상(心想)으로 가는 길은 독서에 있습니다. 많은 책을 읽어 주세요. 아는 만큼 꿈도 커질 것이고 결국은 이루게 될 것입니다.

□ 수상작과 평소 애착이 가는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윷놀이(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작)

치자 향 풀풀 내며 내려앉는 함박눈
넉가래 손잡이를 매만지는 잡부 앞에
김 서린 비닐하우스 노란 오이꽃이 핀다
하루치의 일당과 한 켤레 털신을 위해
살얼음 얇은 눈이 안 녹은 듯 녹은 내를
우리는 해진 발 대신 신을 들고 건넜다
이제는 갈라지고 자꾸만 터지는 손
칼바람 밀쳐 내며 어딜 향해 뻗는지
던지는 나무 윷가락 모였으면 좋겠다

안부(安否)(평소 애착이 가는 작품)

거슬러 올라보면 초록 슬픈 어린 한나절
하얀 꽃 젖은 대궁 풀무치에 흔들릴 때

내 눈은 구름을 뜯어
긴 편지를 쓰곤 했다

그러했다, 손나발을 꺾어 불던 높은 마루에
들국화 입김 시린 사연들이 일다 지다

못 다한 이승을 끌고 가
우체통에 넣곤 했다

덜컥, 눈물 내려 앉아 다시 묻지 못한 안부
손톱 순한 손가락이 봉지처럼 하늘 열고

한 다발
어머니 언제쯤
달빛 실어 보낼랍니까

조은주 시민기자  mail@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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