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하지만 우리나라 대학 중에는 가구디자인을 하나의 학문으로 완성시켜 가르치는 학과가 있다. 서울에는 홍익대학교에서 가구디자인을 가르치며 경기도에서는 협성대학교에서 유일하게 가구디자인을 학문으로 가르치고 있다. 뉴스타워는 한국의 차세대 가구업계의 리더를 양성하고 있는 협성대학교 가구디자인학과 김광렬 담당교수를 만나 가구디자인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은 가구디자인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안일하게 주먹구구식으로 가구를 생산했던 국내업체들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가구디자이너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라며 김 교수는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국의 가구업계가 대체적으로 보수적이며 혁신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김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 가구 업계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조사 같은 것을 하지 않고 그저 유행에 따른 베끼기로 일관했었다. 그러다 보니 창의성이나 독창성이 부족하고 브랜드만 다를 뿐 거기서 거기인 가구들을 생산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이케아는 가구 공룡업체이지만 우리나라 가구산업의 발전에 중요한 동력을 가져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케아의 무서운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케아가 저렴한 가구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이면에 숨어있는 저임금 국제 노동시장에서 문제점 등도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과 소비시장의 크기를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이케아처럼 싼 가격대의 가구들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다른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 그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며 우리나라 가구업계의 출구전략이 대폭 수정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실제로 이케아의 한국 상륙 뒤 일부 가구의 가격은 하양 조정됐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 가구업계의 영세성과 영업 전략의 부재는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김 교수는 “한국에서 가구다자인을 배우는 학생들의 고민은 우리 것의 재해석에 있다”고 말한다.

너무 옛것과 가까우면 고루하고 너무 앞서나가면 전혀 딴 것이 되어버릴 수 있는 전통디자인, 그러나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을 계승 발전시켜나가면서 이것을 현 시대에 맞게 대중화 하는 문제는 영원한 숙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 김 교수는 “서구사회의 가구는 사회현실이 디자인에 꾸준히 반영되면서 발전해온 것들이기 때문에 동양적인 사고방식과 철학적인 바탕이 사회전반에 깔려 있는 국내에서 태어나 성장한 학생들이 서구사회의 디자인을 뛰어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익히 알고 몸에 배어 있는 것들을 기반으로 현실에 맞는 가구 디자인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가구디자인을 배우는 학생들의 기본소양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커리큘럼에 인문학적 역사들을 집어넣는다.”고 말했다.
협성대학교 가구디자인 학생들의 커리큘럼을 보면 의외로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가구제작에 필요한 CAD는 물론 ‘인간공학, 현대디자인의 역사, 색채연구’등이 있으며 가장 특이한 것은‘워크샵’이라는 개설과목이 있다.

워크샵은 일학년 학생부터 4학년 학생들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해 장애 아동들에게 필요한 가구를 맞춤형식으로 제작 지원하는 일종의 재능기부프로그램이다. 수년전부터 화성시 관내 장애학생들에게 가구를 만들어주고 있었다는 김 교수는 “최근 화성시로부터의 지원이 줄어들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 운동이 좀 더 확산되길 바란다.”며, “장애아동을 위해 학생들이 솔선수범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교육”이라고 강조하는 김 교수의 얼굴에는 옅은 웃음이 피어났다.

김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협성대학교 가구디자인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도 밝은 편이다. 졸업생의 70% 정도가 취업을 하고 나머지 30%는 공방 같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예상 밖으로 많은 인재들이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김 교수는 “가구를 디자인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데 여학생들이 너무 많이 몰린다. 앞으로 남학생들의 지원도 기대하고 싶다.”며 도내 우수 남학생들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가구업계의 전망에 대해 묻자 김 교수는 조금 어두운 얼굴로 “지금 우리나라에 이케아가 상륙해 있다. 가구업계의 위기다. 그러나 이것을 발판으로 또는 이것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가구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가구의 상품성에 대해 보다 면밀히 조사하고, 학습하고 또 그에 따른 인력을 충원해 간다면 한국 가구업계는 한 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오래 전 한국의 목탑이 세계 최고 이었듯 세계 최고의 가구전문가들이 계속해서 배출 된다면 한국가구업계는 조만간 르네상스시대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전경만 편집국장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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