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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는 오래 전부터 팀의 클린업 트리오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훈련량을 주문했는데 독기를 품고 다 소화해내더라"
'애제자'의 성장 과정을 돌이켜 본 스승은 흐뭇함을 숨기지 못했다. 김광림 두산베어스 2군 감독이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로 자리매김한 동시에 국내 최고 좌타자 중 한 명으로 성장한 '타격 기계' 김현수(21)에 대한 지도 과정을 밝혔다.
신일고 시절 고교 최고 좌타자로 아마추어 야구 팬들의 주목을 받았으나 신인 지명조차 받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던 김현수는 2007시즌부터 선발 라인업 한 자리를 꿰찬 뒤 지난해 3할5푼7리의 타율로 타격왕좌에 등극하며 '배팅 신드롬'을 일으켰다.
올 시즌에도 그는 3할5푼7리(3위) 23홈런 104타점(2위)을 기록하며 정확성에 장타력을 가미하며 맹위를 떨쳤다. 지난해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달고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지난 3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준우승에 기여한 김현수는 현재 병역 특례를 통한 4주 군사 훈련 중이다.
김 감독은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두산 육성군 훈련장 베어스 필드서 김현수와 관련된 질문에 답하며 절로 웃음을 보였다. 2006시즌 개막 전 김현수가 두산에 신고 선수로 입단하던 당시 김 감독은 2군 타격코치로 재직 중이었다.
"저도 선수 시절에는 제 스스로에 대한 연습량이 많았다고 자부합니다. 제 별명이 '독종'이었으니까요. 최근 국내 선수들은 제가 현역으로 활약하던 당시에 비해 정신력이 떨어질 지는 몰라도 체격 조건만큼은 확실히 좋아진 만큼 지도자가 되어서도 많은 연습량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현수는 물론이고 다른 선수들도 연습을 많이 시켰어요".
2005시즌 후 잠실서 펼쳐진 마무리 훈련서 김 감독은 '햇병아리' 김현수를 처음 지도했다. 김 감독은 김현수가 탄탄한 체격 조건을 갖춘 동시에 실전 경기가 아닌 연습에서도 승부 근성을 불태웠다는 데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밝혔다.
"워낙 체격이 좋아서 2005년 마무리 훈련부터 주목하고 있었고 '이 녀석은 내가 키워보겠다'라는 심산으로 2시간 1000회 스윙을 주문했어요. 1세트에 스윙 50번을 20회 씩 2시간 내에 반복하도록 지시했지요. 처음에는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뒤이어 김 감독은 김현수가 독기를 품고 훈련 과정을 모두 소화해냈다는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지시하는 과정에서도 코치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시선을 맞추며 이해하는 데 집중하는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는 말과 함께.
"이를 악물고 2시간 1000스윙을 결국에는 해내더군요. 그걸 매일 연습하다가 살짝 손목이 아파서 통증을 호소했던 적이 있어 이틀 정도 쉰 걸 제외하면 1000회 스윙이 계속되었습니다. 손목 통증 또한 현수의 손목힘이 강해지는 한 과정이었던 겁니다".
"대개 어린 선수들은 지도자가 훈련을 명령할 때 눈동자를 마주치지 않고 눈을 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현수는 시선을 맞추면서 제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되새긴 뒤 그대로 훈련 과정을 소화하더군요. 훈련은 물론이거니와 습득하는 자세 또한 정말 바른 선수였습니다".
김현수는 경기 전 프리 배팅에서도 같은 조 타자들에게 결코 비거리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근성을 발휘하는 타자 중 한 명이다. 악착 같은 자세를 통해 김현수의 승부 근성과 성실함, 적극성을 느꼈다고 밝힌 김 감독은 김현수가 2군에 있을 때부터 "너는 장차 팀의 클린업 타순을 지켜야 한다"라고 지시했다.
"지켜볼 수록 매력적인 선수가 바로 현수였습니다. 그래서 '이 녀석은 다음 세대 분명히 중심 타선을 구축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자기 스윙을 이어가라는 주문을 많이 했어요.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도 거침없이 자기 스윙을 해야 한다고. 어떻게 하다보니 지난 4년 간 현수와 1,2군 생활을 같이 한 격이 되었네요".(웃음)
젊은 나이에 국내 대표 타자 중 한 명으로 성장한 김현수에 대해 김 감독이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김 감독은 김현수가 현재의 위치에 자만하지 않고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 언제나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길 바랐다.
"현수는 언제나 훈련 지시를 제대로 숙지하고 실천하며 자만하지 않고 경기를 준비하는 친구입니다. 그 마음을 잊지 말고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 성실한 자세와 초심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이천에서 열심히 뛰는 선수의 가능성을 발견해 '제2의 김현수'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김현진 기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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