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루이제의 집 무료양로원을 찾아간 화성시 무지개실버극단

지난 2월 5일 화성시 “무지개 실버극단”이 첫 공연이 있다기에 찾아 나섰다. 찾아간 곳은 화성시 정남면 문학리에 있는 성녀 루이제의 집 무료양로원으로 규모나 모양세가 일반양로원하고는 다른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다. 야트막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있고 넓은 마당위에 잘 다듬어진 갖가지 나무들이 손님들을 맞이해준다. 비탈진 언덕위에 붉은 벽돌로 아담하게 지어진 시설 안으로 들어서자 공연준비로 분주한 무지개 실버극단단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이 준비한 연극은 악극 “홍도야 울지 마라”와 창극형식의“심청전”이다. 객석에는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있는 할머니들이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한 화성시 담당자는 “준비하는 걸 먼저 보시면 나중에 공연 보실 때 재미가 덜해요, 조금 있다가 오셔요”하며 열심히 안내를 하지만 요지부동이다. 어느새 70여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성당 커튼 뒤로 들려오는 대사들이 순서 없이 뒤엉켜 들려오고 무대가 될 단상아래에는 연기할 위치를 잡느라 배우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무지개 실버극단은 화성시의 노인복지정책의 한방향인 활기찬 노후 만들기 일환으로 탄생된 극단이다. 담당직원에 따르면 “대한노인회 화성시지회 회원들과 지역노인들을 대상으로 13명의 단원을 모집, 2개월간의 연습을 통해 준비된 공연이다.” 며 “오늘공연은 연습의 한 과정으로 공연에 대한 자신감과 공연봉사의 실천을 위해 계획된 공이라고” 귀뜸을 해 줬다.
잠시 후 공연을 알리는 징소리와 함께 “엊그제 같은 옛날 구한말 개화기 무렵, 동생 순이는 오빠를 학교보내기위해 이름까지 홍도로 바꾸고 명월관에서 술과 웃음을 파는 기생이 되고 말았으니----자 지금부터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 악극 홍도야 울지 마라 를 함께 감상하시기 바랍니다.“변사(김민흡 단장)의 멘트가 나오자 객석에서 화답하는 박수가 터져 나온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라는 제목으로도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은 광복전 한국 연극사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한국 연극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홍도라는 기생출신의 여성과 오빠인 철수의 기구한 운명을 통해 엮어지는 갈등구조에서 당시의 다양한 세태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에 ‘고등신파극’이라고 불리기도 한 ‘한 많은 여자의 비참한 일생’은 당대의 가장 중요한 관객인 화류계 여성들의 처지를 대변하여 그들의 심금을 울렸다.
또한 식민지 시대의 삶의 한 전형을 제시하고 과거를 문제 삼는 시어머니의 편견과 자신의 콤플렉스, 유학생과 순사라는 중간계층, 기생과 하류계층 사이의 신분상의 장벽 등이 고스란히 극에 담겨있다. 이번공연은 약 40분가량으로 전체 내용 중 일부만이 공연됐다.
“어허, 우습네, 예전에는 저런 일이 많았어”, “진짜로 술 취한 모양 일세”,“홍도역 맡은 사람은 처녀 같에”,“저 양반은 말이 너무 빨라 숨 넘어 가겠네”, 관객의 평가는 추임새로 이어지고 쉴 틈 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소리에 공연진행이 끊길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연극은 앵콜이 없다. 그러나 무지개 극단은 달랐다. 창극형태로 제작된 코믹한“심청전”을 준비해 관객과 함께 어우러져 춤과 노래를 부르며 대미를 장식했다.
끊어질 줄 모르는 노래에 모든 이들이 한 몸이 되어 서로를 품어주는 장면에서 이 공연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해준다.
앞으로 무지개 실버극단은 3,4월중 완성된 공연을 정규극장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며 여러 시설들을 찾아가는 공연을 펼칠 예정이라 한다.
성녀 루이제이집은 “성빈센트 드뽈 자비의 수녀회” 수녀님들이 의지할 곳 없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사는 무료양로원으로 가난속에서 고단한 삶을 위안해드리고, 어르신들이 기쁘게 삶을 보내시도록 돕고 있다. 성녀 루이제(1591~1660)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빈센트 성인과 함께 일생을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봉사하였으며, 1960년 교황 요한23세에 의해 크리스찬 사회복지사(사업가)들의 주보성녀로 선포되었다. 1987년 독일 파디본 성 빈센트 수녀회는 임야 25,530평 대지 약 3,000평을 마련하여 건축 부지를 조성하고 1991년 3명의 할머니가 입소를 시작하여 2008년 현재 41명의 할머니를 돌보고 있다. 독일인 수녀들이 만들어 놓은 이시설은 1992년 화성시(당시 화성군)의 제1호 노인복지시설로 인가를 받게된다. 이후 이들은 자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바자회를 통해 모금된 성금을 보내는 등 특별한 애정을 갖고 노력을 하였으나 2001년부터는 성금이 끊기었다. 이로 인해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로원은 여러 기관과 후원이 요청되나 많지 않아 어렵게 꾸려가고 있다고 한다.
국민소득 2만불시대에 살고 있다고는 하나 외국인의 도움이 없으면 운영이 어려운 우리나라의 복지현실이 안타깝다.

표수훈 기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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