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전통사찰 탐방> 안성 칠현산 칠장사를 가다

경기도 사탈 탐방기 1편

서서히 가을이 오는 듯 아침저녁으로 약간 쌀쌀한 기온마저 느껴진다. 한 낮의 햇살은 따가워도 바람은 벌써 가을인 듯, 여름기운을 서서히 밀어내고 있다.

지난 9월 7일 가을이 오는 소리를 밟으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764번지에 있는 칠현산 칠장사를 찾아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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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에 있는 칠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용주사의 말사이며 경기도 문화재 자료 24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칠장사가 위치한 칠현산은 본래 아미산 이었는데 고려시대 혜소국사께서 7명의 도적을 교화해 일곱 현인을 만들었다는 연유로 칠현산으로 바꿔 부르고 칠장사를 칠장사로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칠장사는 삼국시대로 올라가 7세기 중엽 신라 선덕여왕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어 고려 현종 5년에는 혜소국사가 왕명으로 중창했고, 고려 우왕 9년에는 왜구의 침입으로 충주 개천시에 있던 고려의 역조실록을 이곳으로 옮겼을 정도로 당시 교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도 했다.

칠장사에는 건축물을 비롯해 문화재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경내에는 대웅전과 원통전을 비롯한 15동의 전통건축물과 석탑, 동종 등이 있으며, 국보 296호인 오블회 괘불, 보물 1256호 삼불회 괘불, 보물 488호 혜소국사비를 비롯, 보물 983호 봉업사 석불입상, 보물 1627호 인목왕후어필 7언시와 경기 지방문화재 114호인 칠장사 사천왕, 경기도 지방문화재 39호인 칠장사 철당간 등이 있다.

칠장사와 얽혀있는 여러 이야기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칠장사에는 여러 이야기가 얽혀내려고 있다. 궁예가 10세까지 활쏘기를 하며 유년기를 보냈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의적 임꺽정이 갖바치스님 병해대사에게 바친 꺽정불 이야기, 암행어사 박문수가 과거시험을 보기 전에 나한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잠이 들었는데 꿈에 나타난 나한님이 과거시험 구절을 가르쳐주어 장원급제 했다는 설화가 내려오고 있다.

불교문화는 삼국시대부터 우리 민족과 뗄레라 뗄 수 없는 문화가 된지 오래다. 불교문화 속에는 우리 민족의 삶의 숨결들이 깃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내려온 불교문화가 많이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한국의 사찰탐방을 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종교탐방 보다는 우리네 고유문화 탐방이라는 이미지가 더 가깝다. 전통사찰엔 오랫동안 깃들여 있는 우리 조상님들의 숨결을 느낄뿐만 아니라 이야기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칠장사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눈에 보이는 칠장산 둘레길로 산책로 입구가 보인다. 칠장사 둘레길은 전체 구간을 걷는다면 20여 km 정도의 길이며 칠장사 정상에 등산하고자 한다면 1.7km 왕복 3.4km 정도로 가볍게 등산할 수 있는 코스이다.

사찰 입구에 들어서면 경기 지방문화재 114호인 칠장사 사천왕이 문을 지키고 있다. 사천왕은 사찰을 수호하기 위해 잡귀나 악귀의 접근을 막는 수호신의 역할을 한다. 칠장사 사천왕상은 흙으로 빚은 소조상이며 영조 2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사천왕은 세상의 중심에 가장 높이 솟아 있다는 수미산 중턱에 살면서 사방과 4대주를 수호하는 신장으로, 손에는 각각 비파, 보검, 용과 여의주, 창을 들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사찰건축양식은 비슷함을 알 수 있었다. 산을 등지고 대웅전이 있으며 앞에는 마당과 탑등이 있고 우측엔 명부전, 열빈당이 있고 좌측엔 종무소와 홍제관이 들어서 있으며 마당 뒤엔 응향각이 있다. 대웅전 옆엔 원통전과 보물 983호인 봉업사 석불입상이 있다.

보물 983호 봉업사 석불입상

보물 983호 봉업사 석불입상은 원래 죽산리 봉업사 터에 있었다고 한다. 이후 죽산 중.고등학교 교정으로 옮겼다가 다시 칠장사 경내로 옮겨왔다고 한다. 이 불상은 언제 누가 건립했는지 전해지지는 않지만 고려 태조의 초상화를 모셨으며 공민왕이 참배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그러나 조선 성종 12년(1481)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는 “봉업사는 이미 폐사되어 석탑만 남아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오랜 세월이 흘러서인지 석불입상에도 그러한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얼굴모양은 얼굴을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손상이 심했다. 석불입상인데 상투를 한게 특색이 있다. 이 상투를 쓴 모습은 지혜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불상을 보면 귀가 쭈욱 어깨까지 늘어서 있는 경우가 많다. 이곳 석불입상에도 귀가 크고 어깨까지 늘어져 있는데 이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고통과 소리를 잘 듣겠다”라고 표현하는 게 아닐까 한다.

목에는 번뇌.업.고난을 상징하는 삼도가 표현되어 있다. 법의는 두 어깨를 모두 덮은 모양으로 어깨에서 다리로 이어져 있다. 대좌는 원통형으로 풀과 꽃 문양이 새겨져 있었으며 무엇보다 주름이 진 날아갈 거 같은 얇은 법의를 입은 모습이 석불입상의 신성함 마저 느껴졌다.

보물 488호 혜소국사비

한 장소에서 여러개의 문화재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은 박물관이나 거대한 성곽이 아니면 사찰이 아닐까 한다. 이곳 또한 여러 문화재가 있었고 그에 따른 많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나한전 산신각에 있는 혜소국사비는 보물 제488호로 지정되어 있다.
혜소국사비는 혜소국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비이다. 혜소국사는 고려 광종 23년(972)에 안성에서 출생해 10세에 출가했으며, 17세에 융천사에서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혜소국사는 말년을 칭장사에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은 인물로 전해진다.

문 종 14년(1060)에 세워진 흑대리석으로 만든 이 비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해진다. 임진왜란 당시 왜의 장수인 가토가 이 절에 왔을 때, 어떤 노승이 홀연히 나타나 그의 잘못을 꾸짖자 화가 난 가토가 칼을 빼어 베였다. 노승은 사라지고 비석이 갈라지면서 피를 흘리니 가토는 겁이 나서 도망을 쳤다 한다. 현재 이 비의 몸돌이 가운데 갈라져 있어 이러한 이야기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사찰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석탑 문화

칠장사에는 다양한 석탑이 있다. 혜소국사비, 석불입상, 죽림리 삼층석탑을 비롯, 이름도 알수 없을듯한 다양한 모양의 석탑들이 사찰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칠장산 아래 이러한 석탑의 모습들이 이곳만의 독특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다양한 모양의 석탑이 있는가 하면, 여러 내용을 담고 있는 비석 또한 이곳에서는 많이 볼 수 있다.

칠장사 나홍송

나한전 뒤편엔 고려말 왕사로서 나옹스님이 심었다는 나옹송 소나무가 있다. 나옹송의 높이는 8m, 둘레 2.1m이며 1997년 8월 30일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이럴 듯 칠장사에는 전통건축 뿐만 아니라 많은 문화재가 있으며 또한, 문화재와 얽혀있는 여러 이야기도 많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또한 인근엔 깃발을 달아 놓는 칠장사 철당간과 당간지주도 구경해볼만 하다.

전통사찰엔 불교문화를 비롯 우리의 역사속에서 내려오는 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도 함께 알 수 있다. 9월 서서히 깊어지는 가을, 전통사찰을 찾아가 우리네 숨어있는 문화와 역사도 함께 탐방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김홍범 기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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