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이자 수원시의 자랑인 수원화성은 조선 정조 시대에 만들어진 성으로 조선의 군사 시설인 동시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정주 개념 만들어진 조선 최고 기술이 집약된 새로운 성이었다. 수원 화성의 착공은 1794년에 시작해 2년 뒤인
1796년에 완성 됐다.

수원화성은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한 성이기도 했지만 조선후기 무너진 왕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성이기도 했다. 수원화성의 축성을 전적으로 지휘한 것은 당시 영의정을 지냈던 ‘체제공’이며, 기술적 뒷받침은 다산 정약용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본지는 사적3호 이며, 대한민국의 보물로 지정된 수원화성을 깊숙하게 들여다보고자 총 6회에 걸쳐 수원화성 둘러보기를 연재한다. 연재에 도움을 주신 수원시청 공무원들과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드린다.

<제1편>  건축의 백미 방화수류정과 군 지휘소 연무대

성의 동북쪽 모서리에 우뚝 솟아 있는 바위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방화수류정(訪華隨柳亭)은 원래 비상시 화성 동북방 군사지휘부 역할을 하는 건물인 동북각루(東北角樓)로 설계 되었다. 그러나 이곳은 우뚝한 바위와 그 아래 용연의 아름다운 경관이 건물을 단순한 각루(角樓)로만 두지 않았다. 활짝 펼쳐진 부챗살처럼 사방으로 지붕선이 뻗어 있는 방화수류정은 화성성역의궤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었다.

성이 이곳에 이르면 산과 들이 만나게 되고 물이 돌아서 아래로 흘러 대천에 이르게 되니, 여기야말로 실지로 동북 모퉁이의 요해처이다. 장안문(長安門)을 잡아 당겨 화홍문(華弘門)과 이어지게 함으로써 앞뒤로 서로 마주 응하여 일면을 제압하고 있다. 마침내 절벽을 따라 성을 쌓고 바위에 누를 세우니 방화수류정이라 칭했다.

수원 방화수류정(동북각루)은 보물 제 1709호로 지정되었으며 1974년(정조 18) 10월 19일 완공되었다 고한다. 주변을 감시하며 군사를 지휘하는 지휘소와 주변 자연환경의 조화를 이루는 정자의 기능 또한 함께 지니고 있으며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라는 뜻을 지닌 방화수류정은 독특한 평면과 지붕형태 때문에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방화수류정은 건물의 형태에 있어 상당히 특이한 건축물로도 평가 되고 있다. 독특한 팔작지붕 형태의 암자는 조선 궁궐의 건축물과 유사하지만 작은 규모의 정자에 팔작지붕을 입힌 건물은 대한민국 전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형태이며, L 자 모형의 구조는 보는 각도에 따라 건축물의 모습이 달라보이게 만드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방화수류정호수를 돌다보면 연못에 비친 방화수류정을 볼 수 있다. 연못의 물이 조용한 날에는 수면을 기점으로 하늘에 떠있는 방화수류정과 수면에 떠있는 방화수류정이 쌍화정을 이루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 화홍문으로 불리는 북수문 7개의 수문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방화수류정 에는 화홍문이라고 불리는 북수문이 있다. 북수문은 남북으로 흐르는 수원천의 범람을 막아 주는 동시에 방어적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화강암으로 쌓은 다리 위에 지은 문이다. 7개의 홍예문 위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누각으로 지어져 있으며 누각의 건축면적은 52.89㎡이다.

누상에 오를 때에는 좌·우 측면에 있는 돌계단을 이용한다. 7개의 홍예문 중에 중앙의 1칸만이 높이와 폭이 크고 나머지는 모두 같다. 수문의 바깥쪽에는 철전문을 설치해 적의 침투에 대비했다고 한다. 7개의 수문을 통해 맑은 물이 넘쳐흘러 물보라를 일으키는데, 현란한 무지개가 화홍문을 한층 더 아름답게 한다.

이를 화홍관창(華虹觀漲)이라 하며, 수원 8경중에 하나로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화홍문은 1794년(정조 18) 음력 2월 28일 터 닦기 공사에 착수해 1795년(정조 19) 정월 13일 문루가 준공됐다.

화홍문을 빠져나와 성의 외벽을 타고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성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소문이 하나 나타난다. 이 작은 문은 ‘북암문(北暗門)’이라고 한다. 이 암문은 성곽의 깊숙하고 후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적이 알지 못하도록 만든 출입구라고 한다. 사람이나 가축이 통과하고, 군수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화성의 5개 암문 중에서 북암문은 방화수류정과 동북포루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화성에서 유일하게 벽돌로 좌우 성벽을 쌓았으며 1796년(정조20) 3월 27일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수류 정을 지나 성벽으로 걷다보면 창성사지 진 각국 사탑비(水原 彰聖寺址 眞覺國師塔碑)가 보인다. 수원 창성사지 직각국사탑비는 보물 제 14호 (1963.1.21)에 지정되었으며 고려 말 승려 진각국사 천희(千熙1307~1382)의 탑비이다. 진각국사 천의는 1307년(충렬왕 33) 흥해(경북 영일군 지역)에서 태어나 1319년(충숙왕 6)에 출가했다. 1325년(충숙왕 12)에 승과에 급제해 김생사, 부인사, 개태사 등에 머물렀다.1364년(공민왕 24) 중국 원(元)나라에 유학을 다녀온 후 1367년(공민왕 27) 국사(國師)에 봉해졌고 부석사 주지가 되어 무량수전 등을 보수했으며 치악산과 금강산 등에서 은거하다 1382년(우왕 8) 광교산 창성사에서 입적하였고 시호를 진각(眞覺)이라 하였다. 이색(李穡)이 지은 행장을 토대로 승령인 혜잠(惠岑)이 비문의 글씨를 새겨 1386년(우왕 12) 창성사 경내에 이 탑비를 세웠다.

직사각형 대석(臺石) 위에 비신을 세우고 그 위에 우진각 지붕모양의 개석(蓋石)을 얹었는데, 대석이나 개석에 장식이 없어 간략 화된 고려후기 비석의 소박함이 보이며 글씨 또한 기교를 배제하여 투박하지만 정제된 멋을 보여준다.

조선후기 창성사의 쇠락과 함께 방치되었다. 비신 앞면의 좌측과 하단, 그리고 뒷면 대부분이 훼손되었다. 원래는 광교산 창성사 터에 있었는데 1965년 매향동 방화수류정 언덕 옆의 현재자리로 옮기고 비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 각을 지어 관리 하고 있다. 곧바로 성곽으로 올라 성곽 아래로 보이는 방화수류정 연못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방화수류정 연못은 보고 있으니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 연못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지도 못한 체 다시 발걸음을 재촉 하여 성곽을 따라 걷다 보이는 동북포루(東北舖樓)가 위치하고 있다.


   ▲ 외곽에서 보이는 동북포루

이 포루(舖樓)는 성벽의 일부를 바깥으로 튀어나오게 만든 치성위에 지은 목조건물이며 군사들이 망을 보면서 대기하는 곳이다. 동북포루는 화성의 5개 포루 중 하나로 1796년(정조 20) 5월 15일 완공되었다. 이곳의 지형은 주변보다 높아서 동암문과 동장대, 북암문과 방화수류정까지 바라볼 수 있다.이어 발걸음을 옮겨 동암문에 이르렀다.

동암문(東暗門)은 동북포루(東北砲樓)와 동장대(東將臺)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문의 입구는 북쪽을 향해 있으며 벽돌로 안과 밖의 홍예를 만들어 폭은 말 한 필이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이다. 성벽은 안쪽으로 굽어져 들어가 북암문(北暗門)과 같은 형태이고, 홍예는 성 내외에 축조되었으며, 그 중간에는 홍예개판(虹?蓋板)을 장대석으로 건너질렀다.

홍예의 안쪽 너비는 7척(약2.12m), 높이는 8척(약 2.42m)이고 바깥은 너비가 6척(약 1.82m), 높이가 7척 5촌(약 2.27m)이다. 문 위는 벽돌로 깔았고 누각은 세우지 않았다. 다만 오성지(五星池)와 한 개의 큰 둥근 여장(女墻)을 설치하였는데 마치 나무로 만든 전붕(戰棚)의 제도와 같다. 좌우는 각각 비례를 맞추었고 안쪽은 평평한 여장을 설치하였다.
동암문(東暗門)은 1796년(정조 20) 3월 25일 완공됐다.


   ▲ 군 지휘 통제소 연무대

동장대(東將臺)라고 하는 곳이 있다. 연무대라고도 한다. 지형상 높은 곳은 아니지만 사방이 트여 있고, 등성이가 험하게 높이 솟아 있는 곳으로 동쪽구릉인 선암산(仙巖山)의 요지이자 성 중에서 지휘소를 설치할 만한 요충지이다.

3단으로 쌓은 대가 있고, 3층의 대에서는 총수(銃手)가 숨어서 쏘기에 편리하게 하였다. 한가운데에는 좌우에 와장대(臥長臺)를 설치하고 흙을 판판하게 하였으며, 바닥을 돌로 깔아 말을 타고도 장대에 올라갈 수 있게 하였다. 장대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단층의 합각기와지붕이다.

건물 주변에는 터를 넓게 잡아 동서 80보, 남북 240보 규모의 조련장(操鍊場)을 만들었다. 부속사(附屬舍)는 창고로서 정면 4칸 측면 1칸의 단층 3량 집이다. 성벽 밖으로 돌출된 노대(弩臺: 서노대)를 세웠는데, 이곳은 쇠뇌를 쏘는 군사인 노수(弩手)가 머물던 곳이다. 1795년(정조 19) 7월 15일 묘시(卯時 6시)에 터 닦기 공사에 착수하여 8월 10일에 상량하고, 8월 25일에 장대 건물을 완공했다. 
   

취재 문수철 기자, 편집 전경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