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문'은 경기남부 경제의 중심이자 길의 시작
산위의 적막을 노래하는 서남암문

수원 남문은 ‘팔달문’이라고도 한다. 경기남부의 교통의 요충지이며 출발지이기 때문이다. 남문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가면 오산, 평택, 충정도로 향하고, 동쪽으로 가면 광주, 남양주를 거쳐 강원도에 이른다. 북쪽으로는 당연히 성남을 거쳐 한양으로 갈수 있다. 남문은 삼남으로 향하는 중요한 길목에 서서 200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팔달문의 하층누각

덕분에 남문 주위로는 과거부터 큰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 남문을 중심으로 발달한 상권은 조선후기 유상이라는 새로운 상인집단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일설에 의하면 정조임금이 유상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는 설도 있다.

또 남문은 정조가 화성에 행차해 아버지 장헌세자의 원침에 참배하기 위해 드나들었던 문이기도 하다. 팔달문은 행궁의 오른쪽에서 약간 동쪽으로 자좌(子坐)오향(午向)에 자리 잡고 있다.

팔달문은 장안문(長安門)과 같이 높은 석축에 홍예문을 내고 그 위의 누각은 중층(重層)으로 하고 있다. 누각은 상하층 모두 정면 5칸, 측면 2칸이며 기둥 위에는 화려하고 복잡한 다포식(多包式)의 공포를 결구어서 지붕을 올렸다. 지붕은 사면이 모두 경사져서 추녀선이 지붕 꼭대기에서 처마 끝까지 길게 내려오는 우진각 지붕으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먼 고대에 흔히 사용되던 형식이지만 긴 추녀 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목재 형편이 나빴던 조선 후기에는 상대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았다.
   ▲  팔달문의 지붕이음 형태


  ▲ 팔달문의 추녀마루

용마루와 추녀마루에는 취두와 잡상을 올려 멀리서도 특별한 격식을 지닌 건물임을 알 수 있도록 꾸몄다. 성 외에는 옹성(甕城)을 반원형으로 두르고 벽돌로 축조했다. 돌로 쌓은 좌우의 성벽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문루 좌우에 설치된 남성적대(南城敵臺)는 바깥쪽에 현안을 2곳 설치했으나 현재는 인멸된 상태이다. 문루의 2층에는 만의사(萬儀寺)에서 옮겨온 고려시대의 동종이 달려 있다.

팔달문의 특징은 옹성의 출입문이 중앙에 나있는 것이다. 그 만큼 화성에서는 유사시 방어뿐 아니라 평상시 사람이나 물자의 원활한 유통을 중요시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실학자 정약용의 건의로 옹성 출입문 위에는 누조(漏槽)라고 하는 큰 물통을 만들고 여기에 물을 흘려 내보낼 수 있는 구멍 다섯 개를 내고 이름을 ‘오성지(五星池)’라 했다.

‘오성지’는 적이 성문에 불을 내 파괴하려고 하는 공격에 대비한 것으로 이 구멍으로 물을 부어 성문을 보호하고 적의 공격을 저지시킬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며, 다른 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시설물이다.

홍예로 되어 있는 문의 안과 밖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쪽 홍예는 높이 19척(약5.85m) 너비 18척(약5.55m) 이고, 바깥쪽 홍예는 높이 17척 5촌(약5.3m), 너비 16척(약4.84m), 전체 두께는 40척(약12.11m)이다. 안쪽의 좌우에 있는 무사(武砂)는 각각 아래 너비가 67척 8촌(약20.53m), 높이가 23척 5촌(약7.11m), 바깥쪽의 좌우 무사는 각각 너비가 41척(약12.64m) 높이가 22척 5촌(약6.81m)이다.
안팎의 홍예문 사이에 있는 좌우 무사의 높이는 각 21척(약6.47m), 양쪽 선문(扇門) 안은 철엽(鐵葉)으로 하고 빗장을 설치했다. 안팎의 홍예 위에는 장군 모양의 무사와 2층의 장대를 얹었으며 홈통을 네 곳에 설치했다.

옹성 위의 작은 홍예와 연결되는 곳에 타구는 10 개(첩(堞)은 11개)를 벌여놓았다. 그리고 네모진 총혈(銃穴) 12개를 만들어 군 시설물로서도 완벽함을 보여주고 있다.

동쪽과 서쪽의 여장(女墻)은 각각 작은 판자문을 두었고, 장(墻)에 세운 2층의 누는 전체 높이가 32척 9촌(약10.14m)이다. 아래층의 안은 7포 바깥은 5포로 정면 칸의 너비는 22척 5촌(6.93m)인데, 바닥에는 널빤지를 깔았다.

오른쪽과 왼쪽 각각 한 칸 씩 협간(夾間)이 있는데 너비는 모두 12척(약3.7m)이며, 세로 2칸이고 전체 길이가 24척(약7.4m)이다. 서쪽 협간의 첫째 칸과 동쪽 협간의 두 번째 칸에는 각각 곡란층계(曲欄層階)를 설치하여 위층으로 통하게 했다. 서쪽 층계는 북쪽에서 올라가며 동쪽 층계는 남쪽에서 올라간다. '서쪽 층계 아래에 살문(箭門)이 있는데 잠가두었다가 임금이 오실 때는 연다고 전한다.

위층은 안팎 모두 7포로 정면의 칸과 좌우 제 1협간은 너비가 모두 하층과 같고 두 번째 협간은 각각 너비가 9척(약2.77m)이며, 그 세로가 2칸 전체 길이는 18척(약5.55m)인데 모두 널빤지를 깔고, 사면에 널빤지 문을 달았다.1794년(정조 18) 세워졌으며 1964년 9월 3일 보물 제402호로 지정됐으며, 지난 5월 그동안 미비했던 시설물을 다시 준건해 준공식을 올리기도 했다.

팔달문을 돌아보고 난 후, 팔달산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팔달산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은 가파르다 못해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답사가 쉽지 않았다. 팔달산의 등성이에 있는 서남암문까지 계단이 몇 계단인지 다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끝없이 계단이 이어지고 있다.


   ▲ 밖에서 바라본 남포루

    ▲  팔달산 능선에 자리잡은 서남암문 주변의 경치가 절경을 이룬다.

10여분을 더 걸어서 드디어 서남암문에 도착했다. 서남암문(西南暗門)과 서남포사(西南舖舍)암문은 성곽의 깊숙하고 후미진 곳에 있어 적이 알지 못하도록 만든 출입구이다. 사람이나 가축이 통과하고 군수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됐다. 산 정상에 만들어진 서남암문은 고요한 바다를 연상하게 할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숨기고 있었다.

전경만 , 문수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