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건축학 이중주

서장대를 뒤로하고 수원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이라는 ‘화서문’ 방향으로 다시 길을 걸었다. 지금까지는 오르막 길 이었지만 서장대를 기점으로 서쪽으로는 내려막길 이다. 내리막에서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서이치(西二雉)이었다. 서이치는 치성으로 서포루와 서장대 사이에 있다. 서이치에 들어가 수원을 보면 멀리 서둔동이 보인다. 정조가 수원화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행궁의 서쪽에 둔전을 두었다하여 서둔동이라고 한다.

서이치에 이어 나타난 건물은 서포루(西砲樓)이다. 서장대 남쪽의 서암문(西暗門)과 서3치(西3雉)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서포루(西鋪樓)는 서암문이 적에게 발각되어 공격받는 것에 대비해 치성 위에 군사들이 몸을 숨기고 있다가 적을 공격하는 시설물이다.

체성까지는 돌로 치(雉)를 만들고 체성 위부터 누를 만든 점은 모든 포루들이 공통적이나 누각은 제각기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서포루는 돌로 된 치 위에 바깥 여장(女墻)을 벽돌로 둘러치고 치안에 포사(鋪舍)를 만들었다.

서포루의 치성은 성 밖으로 22척 8촌(약6.9m)이 나왔고, 외면의 너비는 30척(약9.08m)이다. 누는 정면 2칸, 측면 2칸의 규모이나 동측면이 1칸으로 된 중층 팔작 지붕 건물로 내부에 나무 사다리를 두어 군사들이 오르내리도록 했으며, 1796년(정조 20) 5월 30일 완공 되었다. 이곳에 모형 포를 설치했다면 서포루의 정경이 더욱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화서문(華西門)의 서남쪽 산기슭 성벽이 돌출되게 휘어 굽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서북각루(西北角樓)는 비교적 높은 위치에 세워져 주변을 감시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이다. 서북각루는 비상시 각 방면의 군사지휘소 역할도 했다고 한다. 또 서북각루는 화성의 4개 각루중의 하나로 ‘숙지산’이 마주보이는 자리에서 화서문 일대의 군사를 지휘하기 위해 만들었다. 참고로 ‘숙지산’과 ‘여기산’은 수원화성의 성벽을 쌓기 위해 돌을 뜬 산으로 알려져 있다.


  ▲ 수원화성 외부에서 바라본 서북각루

서북각루는 5량 4칸으로 동서 18척(약5.45m), 남북 22척(약6.66m)인데, 동북 3칸을 모두 판자로 깔고, 사면에 평난간을 둘렀다. 위에는 판문을 설치했다. 바깥쪽 면에는 모두 짐승의 얼굴을 그리고 전안(箭眼)을 뚫었다. 또 내면에는 태극을 그려 넣었다. 평지에서 누의 바닥까지 5척 7촌(약1.73m), 누의 높이 7척 5촌(약2.27m)이다. 서쪽과 남쪽 1칸은 비워서 층계를 설치해 군사들이 북쪽으로 누각에 오를 수 있으며, 동쪽과 남쪽 1칸은 청판(廳板) 아래를 벽돌을 사용해 담을 둘러치고, 온돌을 설치해 군사가 머물 수 있게 했다. 지붕 아래에는 단청을 하고, 들보 위에 회를 발랐다.

수원화성에는 동서남북 모두 각루가 설치되어 있지만 서북각루는 아주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특히 서북각루 아래의 갈대 전경은 가을이면 장관을 이루어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이곳 서북각루 아래의 갈대밭은 언제 조성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어느덧 수원화성의 명물이 됐다. 서북각루에서 창룡문 까지 이어지는 갈대밭은 현대인의 쉼터이기도 하지만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데이트코스이기도 하다.


  ▲ 수원화성의 아름다움을 대변해주고 있는 화서문

드디어 화서문(華西門)에 도착했다. 수원화성을 한 바퀴 돌기로 한지 4시간 만이다. 수원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이라는 화서문은 1796년(정조 20)에 건조되었으며, 좌우로 성벽에 이어지는 석축 부분에 홍예문을 열고 그 위에 단층의 문루를 세웠다. 그리고 전면에는 또 반원형의 전(塼)으로 쌓은 옹성(甕城)을 두었다.

건축의 계통은 전형적인 2익공(翼工)집으로 외목도리를 받쳤으며 창방(昌枋) 위에는 화반(花盤)을 배치했다. 또 대량(大樑)에서 측면 기둥에 걸쳐 충량(衝樑)이 있으며, 천장은 연등천장이다. 화서문은 한국에 있는 다른 성곽건축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양식으로 구조도 특수하며, 화서문이 있어 부근 일대의 경관을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화서문은 현재 보물 제403호로 지정되어 있다.

화서문으로 들어서서 10여분 길을 따라가면 ‘화령전’을 찾아볼 수 있다. 화령전은 정조임금 사후, 순조임금이 정조의 용안을 모신 사당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화성에서 가장 고즈넉한 건물에 속하기 때문에 꼭 한 번 들려볼만 한 건축물이다.

서북공심돈(西北空心墩)은 화서문을 지키는 거대한 건축물이다. 화서문(華西門) 바로 옆 북치(北雉)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서북공심돈(西北空心墩)은 중국 성서(城書)의 제도를 본떠서 치(雉)에다가 돈(墩)을 설치했다. 즉 적의 동향을 살핌과 동시에 공격도 가능한 시설로 수원화성에서만 볼 수 있다. 수원화성의 성문마다 설치되어 있는 공심돈을 보고 있으면 과거 이 시설물을 건축하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 사진 왼쪽 높이 솟은 건축물이 '서북공심돈'이며,, 우측의 옹성이 보이는 건축물은 '화서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