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 년 당성 역사적 가치 후대들이 쓰레기통에 처박아

백과사전을 보면 화성 서산면에 소재한 당성에 대해 “사적 제217호. 당항성(黨項城)이라고도 한다. 원래 이곳은 백제의 영역이었으나 한때 고구려의 당성군(唐城郡)이 되었다가 6세기 이후 신라의 영역이 된 후에는 당나라와 교통하는 중요 항구의 역할을 담당했다. 신라 경덕왕이 한때 당은군(唐恩郡)으로 고쳤다가 다시 당성으로 복구했다. 이곳은 전략적인 중요성이 인정되어, 삼국간의 격전이 한창이던 642년(선덕여왕 11)에 백제와 고구려가 함께 공격하여 신라와 당나라가 통하는 길을 끊으려 했고, 이 소식을 들은 선덕여왕은 당에 사신을 보내 위급함을 전하기도 했다. 그뒤 829년(흥덕왕 4)에는 군대를 주둔시키는 진(鎭)을 설치하기도 했다”고 적혀 있다.

말 그대로 화성 당성은 신라 삼국통일의 열쇠가 되는 그런 성이었다. 그러나 현재 당성은 아무런 그저 아무것도 아닌 쓰레기 성에 불과 했다. 지난 19일 화성 당성에 처음 도착했다. 당성으로 가는 길목, 당성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없어 어렵게 당성 입구를 찾았다.

당성입구에는 당성 이라는 간단한 이정표가 당성의 입구를 가리키고 있었다.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보면 당성은 삼국통일의 중요한 키워드 이었지만 그것은 역사적 이야기에만 한정 될 뿐 현실은 초라했다.

당성입구에서 이름 모를 산으로 10여분 올라가면 다시 두 갈림길이 나온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 초입에는 당성으로 가는 길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갈림길에서 이정표가 없어 마을 주민들에게 길을 물어야만 했다.

다시 또 5분여를 걸어갔다. 당성을 지키는 노인 한 분이 사람을 반갑게 맞으며 당성에 가느냐고 묻는다. 당성 탐방의 시작, 노인의 안내를 받아 당성 안내 입간판에 섰다. 잘 알아볼 수도 없는 입간판에 당성에 대한 지명표기가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당성 시작점의 왼편에는 이곳이 실크로드의 시작점이라는 표지석이 누군가의 이름으로 자랑스럽게 세워져 있었다. 어찌되었던 출발이다. 입구를 지나 몇 걸음 가지 않아 삼국시대부터 있었다는 유서 깊은 우물지가 나왔다.


    ▲ 삼국시대부터 존재했었다는 당성 우물지와 잡초

10분 정도를 더 걸어서 왼편 산 능선을 따라 올라가니 최근에 복원된 당성 성벽 일부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에 복원된 느낌이라는 것이 확연히 눈에 띨 만큼 새 성돌들이 성벽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서 보니 화성 서해안의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보이는 것이 삼국시대에 이곳 당성을 두고 왜 삼국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는지 실감이 난다. 선진 문물을 배워야 한다는 것, 오늘날에도 강조되는 교역의 중요성이 1,500년 전에도 강조되었다는 사실이 새롭다.


    ▲ 화성 서해안 일대가 보이는 당성 서사면

성벽을 따라 걷기를 오 분, 성벽의 끝부분에 이르면 길이 꺾이며 한 무더기의 돌덩이들이 발견된다. 성벽의 모양새와 성돌의 크기에 대한 설명도 없고, 언제 복원했는지에 대한 안내판도 없이 성벽길은 끝이 나고 마주보아야 하는 돌무덤.

돌무덤은 ‘망해루’지라고 한다. 입간판에 따르면 망해루는 고려말 남양부사 정을경이 고을의 치소에 외관을 웅장하게 하고 찾아오는 손님을 대접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지난 2001년 발굴 조사당시 망해루 주변에 장축 11m, 단축 8m의 건물지가 발견되었다고 하지만 그 건물지에 대한 보존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찾아보기 민망했다.


   ▲ 돌두덤과 이것이 망해루라고 설명하는 안내판

그리고 다시 이정표가 없는 길을 걷고 또 걸어야만 했다. 유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는 상태에서 그저 산길을 걷다 갈림길에 마주서게 됐다. 참 난감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 사전지식에 따르면 당성은 포곡형 산성이라 했으니 당연히 계곡을 끼고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한 일행은 산으로 가는 방향을 택했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당성의 일부이기는 했으나 당성의 주 시설물은 아니었다. 결국 산을 하나 완전히 넘어 공동묘지를 지나 당성입구의 반대쪽 민가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헐 한숨이 났다. 근 한 시간이 넘도록 산을 뒤진 결과는 성안에 성을 안내하는 길안내 입간판이 없는 그저 산길행이 전부이었다. 과거에 건물이 있었다고 하고, 그 흔적이 남아 건물지가 있으면 당연히 건물지 주변을 정리해 놓은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았다. 당성 축제는 열면서 당성 자체는 버려버린 무지한 화성시 행정 당국에 대한 분노가 쉽게 가라 않지 않았다.

한 시간 가까이 민가를 돌아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물을 사먹을 가게조차 없어 당성입구를 지키시는 할아버지에게 방명록을 써드리고 겨우 물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당성 지킴이 할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면 성내에 안내 간판이 없어 길을 잃어버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화성시는 시 예산이 1조 원대를 넘나드는 경기도에서 비교적 부유한 시`군에 해당한다. 관내 기업수도 15만개가 넘는 대단히 발전 속도가 빠른 시이지만 문화재 관리는 지나치게 나태한 측면이 있다.


    ▲ 새롭게 등장한 당성 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