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주목 받고 있는 백제의 역사는 아직까지도 많은 미스터리를 남기고 있다. 화려한 금속공예는 물론 돌을 다듬는 솜씨까지 뛰어나 백제와 패권을 겨루었던 신라가 백제의 장인을 불러 세기의 예술품인 다보탑과 석가탑을 만들었을 만큼 백제는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던 고대 국가다.

백제가 돌을 잘 다루었다는 기록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지만 백제의 돌 다루는 기술들은 성곽을 쌓는 것에도 영향을 미쳤다. 돌을 이용해 성을 만드는 기술이 일찍 발전했던 백제가 경기도에 남긴 흔적 중 제일 유명한 것은 오산 지곶동의 ‘독산산성’이다. 독산산성을 줄여 독산성이라고 부르는 석성은 백제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정확한 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한 독산성은 추석 연휴에 잠깐 둘러볼만 한 우리의 고성이다. 독산성의 전체 성곽길이는 1.1km 정도이다. 동서남북 방향에 모두 문을 가지고 있는 독산성 여행의 출발점은 서문 이나 동문 둘 중에 하나다. 남문과 북문은 문만 존재하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서문은 독산성 서편 아래에 있는 전두환 헬기장과 연결되어 있다. 전두환 헬기장에 차를 주차하고 30여분간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돌계단으로 시작되는 문이 보인다. 현도문 양식의 서문은 백제인들이 성곽 전투를 어떻게 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구조를 보여준다.

서문에서 남문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해 제일 먼저 만나는 되는 것은 ‘서남치’이다. 오산에서 평택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서남치’에 서면 백제인들이 왜 이곳에 성을 쌓았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서남쪽지역의 낮은 평야가 구릉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보통의 우리나라 산성과는 다르게 독산성은 성벽의 구조가 각을 이루고 있으며 성벽 자체가 안쪽으로 휘어지는 횡시구조를 보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구조들은 일본성곽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백제인들이 만들었던 독산성은 오늘날에 존재하는 일본 산성의 원형모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문과 연결된 계단 형식의 기단구조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마치 페루의 성에 온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계단형 기단은 세 개의 커다란 단을 이루며 정상부에 연결되어 있다.

독산성 동문은 보적사라는 사찰이 독산성을 훼손해가며 건물을 지었으나 독산성 동문의 ‘ㄱ’자 구조는 아직도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일본말로 이런 구조를 ‘마스가타’구조라고 하는데 마스가타형식의 출입문은 일본산성을 상징하는 구조이다. 마스가타 구조는 침입자를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전투를 위한 구조로 성각을 방어하는 중요시설이다.

동문에서 북문쪽으로 가는 방향에 있는 직사각형 북동2치는 수원을 보고 있다. 수원에서의 움직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독산성 하나만 점령하고 있으면 수원과 향남, 오산, 용인 등에서 발호하는 군인들을 감시하기에 용이하다. 그래서 백제인들이 이곳에 정교한 성을 만들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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