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국회의원이 9월 20일 염동연, 이철 전 의원 및 200여 명의 지지자와 함께 개혁적 국민정당의 출발을 알렸다. 내년 1월 창당 완료를 목표로 각 단계의 창당 로드맵도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면 천정배 신당은 명분도 없고 기껏해야 총선 지나고 대선 전후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정당일 뿐이다.

내년 20대 총선에서 호남에만 후보를 낼 경우 호남 자민련, 만약 독자적으로 전국에 후보를 낸다고 하면 야권 분열로 인한 새누리당의 압도적인 총선 승리의 일등공신이 될 운명이다. 새누리당의 집권을 막고 대안 집권세력을 형성할 것이라는 자신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천정배는 말만 있을 뿐 현재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 줄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천정배가 문재인 대표와 친노, 즉 새정치민주연합의 주류를 비판하는 것은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그동안 친노 세력은 임금피크제 및 해고요건 완화 등의 노동개악 시도, 경제 위기와 양극화 심화로 인한 삶의 파괴, 비정규직이나 청년실업 증가, 메르스나 세월호 등 정부의 무능으로 인한 국민 안전 위협 등 국민의 고통에 대한 제대로 된 투쟁이나 대안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방부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 추진하면서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수조원의 혈세를 낭비해도 눈을 감고, 순환출자로 소유 지배권을 행사하면서 골목 상권을 몰락시키는 롯데가 패륜적 경영권 다툼으로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등 재벌이 온갖 악행을 저질러도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를 위해 싸우지 않았다.

허구헌날 자신들 정당의 대표를 몰아내고 권력 찬탈을 노리면서 해당행위만을 일삼는 비주류 역시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국민들은 대표와 원내대표간, 최고위원간, 주류와 비주류간, 지도부들끼리 국회의원 자리와 더 많은 기득권을 가지려는 시정잡배보다 못한 수준의 다툼만 벌이는 새정치연합에 실망을 넘어 질색하고 있다. 집권 세력에 대한 국민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보다 두 배 정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박근혜 정부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이 더 큰 결과라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그러나 자신의 친정 새정치연합을 비판하는 천정배와 신당 추진 세력의 현재 모습을 보면 오십보 백보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극복해야 할 구시대 유물인 지역주의에 기대 호남 정치를 살려야 한다는 둥 퇴행적인 정치를 선보이며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새정치연합에서 떨어져 나오는 구정치인 주우려는 이삭 정치가 천정배 정치의 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천정배 신당 주체가 함께 할 수 있는 세력이나 인물은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를 중심으로 한 복지국가 정당, 염동연·이철·장세환·유세호 등의 새정치연합 전의원, 새누리당 소장파 출신의 김성식 전의원, 박준영 신당, 박주선 신당, 김민석 전 의원이 주도하는 민주당, 공천 탈락 비주류 의원, 장기적으론 안철수, 손학규 세력 등이다.

이 모든 세력에 기타 집단, 인물을 다 모은다 해도 현재의 새정치연합의 영향력을 넘기도 어려울뿐더러 이들보다 나은 모습을 보인다는 보장도 없다. 이질적인 집단이 모이면서 또 다시 권력 다툼, 자리다툼의 갈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주류가 될 세력의 패권주의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선을 앞두고는 또 다시 이합집산하고 새정치연합과 통합의 길을 갈지도 모른다.

천정배는 제대로 된 대안세력을 만들든지, 아니면 야권분열을 야기할 신당추진을 중단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만이 그동안 자신을 키워준 국민에 대한 예의이자 한국사회 발전에 어긋나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와 같이 호남에 기대어 지긋지긋한 영호남 충청 지역주의 부활의 위험성을 높이거나, 시대정신도 없고 이념과 정책도 모호한 상태에서 구 정치인 이삭줍기 식이라면 자신의 판단미스를 인정하고 이쯤에서 접는 것이 낫다.

한 정당이 장기 집권하게 되면 독재로 갈 가능성이 높고 국민보다는 권력자들만을 위한 정치, 기득권 세력을 주로 대변하는 행정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중의 고통에 함께 싸워주는 야당, 대안과 정책이 있는 건전한 야당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야당의 분열과 다툼, 우후죽순의 신당 창당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야권을 약화시키고 국민을 팔아 자신들의 공천과 국회의원 배지를 유지하기 위한 몸집 불리기 차원의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할 뿐이다.

천정배가 진정으로 한국 정치의 발전, 대안 집권세력의 구축이라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이념, 정책, 인물을 제시하고 대중의 고통에 함께 하는 투쟁의 모습을 보여 달라. 이 전제조건이 없는 상태에서의 천정배의 말과 신당 추진은 정치인의 또 다른 대국민 사기일 수밖에 없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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