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승리하면 모든 것을 다 가져가는 것이 한국의 정치문화다. 특히 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지고 나면 승자는 전임자의 것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고 외면은 기본이고 심지어 파괴까지 한다. 그리고 새로운 자치단체장들이 등장하며 벌이는 일탈 행위에 드는 예산은 시민의 혈세다.

경기도의 수부도시 수원이라고 하는 거대 지방자치단체의 장인 염태영 수원시장도 선거에 승리하자 승자독식의 정치를 즐긴 사람 중에 하나다. 선거에 승리하자마자 전임시장이 100억 가까운 예산을 투여해 만들어 놓은 ‘HAPPY SUWON'이라는 슬로건을 ’사람이 반가운 도시 수원‘으로 바꾸면서 수십억의 예산이 사용됐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해피 수원’이나 ‘사람이 반가운 도시 수원’은 큰 관계가 없지만 선거직 당선자들에게는 이것이 자기 자신의 의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사안으로 보였나보다. 이제 단체장이 한번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슬로건 교체사업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애교에 불과하다,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또 바뀌는 것이 있다. 시장 선거에 관계된 인물들의 대거 공직진출이다. 선거캠프에 있던 인물들이 시 관련 산하단체의 각종 사무국장이라는 요직을 차지하게 된다. 체육회는 물론 문화단체들의 사무국장 직에 자리를 잡은 선거캠프의 일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한다.

또한 선거 직후 갑자기 등장한 회사들의 이면을 알아보면 시장과 관련 있는 특정학교의 인맥들이 시에서 주는 일감을 몰아 받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가 됐다. 수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며 화성과 오산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늘 부정부패와 가까웠던 여당 그리고 보다 선명한 야당일 줄 알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여당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비슷한 일을 벌이는 정치마피아적 선거세력들을 보면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르게 된다.

승자독식도 부족했는지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나중에는 시에서 주관하는 각종 행사까지 면식이 있는 이들에게만 독점을 허락하는 구조는 결국 지방토호족 발호의 기반이 되기까지 한다. 그러니 지방자치 무용론이 등장하는 것이다.

시 관련 산하단체에는 단체의 성격에 맞는 전문가들이 등장해 일을 해야 하고 한번 도시의 성격을 정했으면 세금 낭비 없이 백년을 밀고 나가는 그런 뚝심 있는 행정을 한국의 지방자치에서는 영원히 볼 수 없는지 모른다. 그래서 자치단체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혁신이다.

전경만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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