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혜 국제관계학 박사 한국산업기술원 교수

전국 지자체의 낭비성 축제가 종종 비난을 받는 가운데, 볼 것 많고 유명하다는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보기위해 얼마 전 진주를 찾았다. 진주방문은 네 번째였고 진주에 대한 어떠한 선입견도 없는 가운데 축제만을 보고 배우기 위함이었다. 축제가 시작되고 바로 이창희 시장의 유료화 승부수가 이번에도 먹혔다는 기사를 보고 더욱 흥미가 당겼다. 그러나 네 번째 방문은 좋기만 했던 세 번의 방문과는 묘하게 달랐다.

촉석초등학교에 주차하고 걸어서 찾아간 축제장 가는 길은 주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산해 보였다. 표를 구입해 들어가니 그제야 북적거리는 축제장의 모습을 느낄 수가 있었다. 축제운영은 별로 나무랄 것 없어 보였다. 세계5대축제에 들어가겠다는 야심찬 꿈을 뒷받침해주는 진주시의 축제운영에 외부관광객으로서 칭찬할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미 진주방문 이전에 신문기사를 통하여 유등축제의 유료화와 가림막을 두고 있었던 갈등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진주교와 천수교를 따라 야멸차게 가리워진 가림막을 보는 순간 이게 누구의 발상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축제를 즐겁게 관람하고 집에 온 후에도 가림막의 잔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남강이 없었다면 진주가 유명해질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남강은 진주 천혜의 자원이고 진주시민의 위로이자 일상일 것이다. 그런데 돈받는 축제를 한다고 매일 보던 우리 동네의 강도 바라볼 수 없었던 시민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조망권도 박탈당했는데 진주시민을 위한 초대권도 주말에는 사용불가였으니 진주시민만 주중에 한가하단 말인가?

축제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축제를 통하여 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지역주민과 한마음이 되는 것이 먼저 아닐까? 그를 통해 재정까지 풍족해진다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축제의 상품화는 나쁘지 않으나 공동체의식에 기반을 두지 않은 경우 그 축제는 오래 갈 수 없다고 본다. 진주시는 유료화를 통해 25만명의 입장료 22억등 32억의 수입을 올려 축제재정자립도를 43%에서 80%로 올렸다고 홍보했으나 가림막없이 진행된 작년도 수입과 대조해 볼 때 실질적인 수입은 5억으로 추산된다는 시민들의 주장도 있다.

가림막을 걷어내고 진주시전체가 흥에 겨워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축제를 즐기고 상권도 활성화시키는 것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시민들이 뚫어 놓은 가림막의 구멍과 그것을 도로 막은 표시를 보며 진주시의 행정에 아쉬움을 느꼈다. 입장표를 사서 가림막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밖에서 저녁을 먹고 싶었으나 너무 한산한 외부 식당가를 보니 맛이 없나보다 하는 생각에 야시장의 쇠고기국밥을 먹었으니 외부의 상인들은 또 얼마나 씁쓸했을까?

내 지역의 축제는 내 식구가 먼저다. 진주유등축제가 성공해왔던 이유는 작년까지 유등축제에 자부심을 가지고 하나가 되었던 진주시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축제에 대한 국비지원이 끊기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시민들의 시행정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사라지는 것이다. 가림막은 단절이다. 시민들의 마음을 잃으면서 몇억을 벌면 무엇한단 말인가?

나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진주유등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동시에 시민들의 외면이 가져올 축제의 운명이 걱정되어 이 글을 쓴다. 지역주민을 하늘같이 섬기고 그들을 먼저 배려하는 것. 그것이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지속적으로 성공시키는 열쇠가 될 것이다. 진주시를 따라 축제를 유료화 하려는 지자체들이 배워야 할 첫 번째 항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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