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겨우살이 걱정으로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인권운동가 킹 목사는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희망이다”라고 했다. 훌륭한 리더는 모든 국민의 희망이다. 처질이나 케네디가 위대한 정치가로 평가받는 것은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정치는 국민의 세금으로 리더를 뽑아 대리 운영하는 주인이 국민인 기업이다. 하지만 현실정치는 만족도에서 과거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삶의 질에서 정치가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장애요인일 뿐이다. 그것은 이번에 국민의 세금으로 치른 재보선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민생을 챙기라는 엄중한 국민의 뜻을 제대로 해석해야 한다. 이겼다고 자만하지 말고 졌다고 핑계 대지도 말아야 한다. 세금만 축낸 쓸데없는 짓을 또 했다.

‘세금’이라고 말하면 나와는 상관없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는 살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던 세금과 마주치고 있다. 세상의 부자들은 세금을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합법적으로 세금을 잘 내고 또한 지혜롭게 안 내기도 한다. 회사는 모두 지난 1년 동안 벌어들인 과세표준에 따라 소득에 대해 소득세 혹은 법인세를 낸다. 약간의 차이점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차이는 세율이다. 과세표준이란 수입에서 각종 비용을 빼고 남은 금액이다.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하여 세금을 내는 것이므로 과세표준을 줄어들게 하면 세금도 줄어든다.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자동차 리스를 이용하면 절세가 된다는 것은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라서 사업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벤츠, 아우디, BMW, 포르쉐, 혼다 어코드 등 외제차를 업무용으로 선호한다. 사업 소득에서 비용을 많이 공제하면 할수록 과세표준이 줄어들어 내야 할 세금을 적게 내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제차를 구매 혹은 리스할 때 대부분 '법인명의'로 등록해 리스비용을 손비로 처리하는 데 있다. 그러한 탈세규모만 1.3조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국회에서 법인이 구매·리스·렌트한 업무용 승용자동차의 법인세법, 소득세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필요경비를 3,000만원 한도로 제한하고 업무용인 경우는 기업 로고를 붙이라는 등 제재도 가했지만 효과는 없다.

현재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에서 단일회사로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낸다. 삼성전자가 내는 세금 중 부가세, 특별소비세, 근로소득 원천세액 등은 모두 소비자나 근로자가 대신 부담한다. 삼성전자에서 만든 제품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 그 제품을 샀을 때 부가세는 당연히 소비자가 낸다. 제품 가격이라는 것은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그리고 회사의 이윤까지 덧붙여 삼성전자가 책정한 금액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대신 내는 세금은 결국 소비자의 지갑이나 월급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시장경쟁력을 위해 노력한 삼성의 경영 능력은 인정해야 한다. 세금을 거둬들이는 정부든 세금을 내는 기업이든 모두 국민을 이용한다. 돈이 돈을 벌어준다지만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역시 희망이다. 국민이 봉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미래를 위해 주머니가 털려도 군말 없는 국민을 제발 무시하지는 말라는 말이다.

이원규 기자  mail@newstow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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