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문제의 대안으로 ‘청년희망펀드’가 나온 지 한 달이 넘어섰다. 펀드는 투자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금에 참여해 투자에 따른 수익을 받기도 하고 반대로 손해도 볼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청년 일자리 지원을 위한 청년희망펀드는 한 번 기부하면 그것으로 끝인 비영리 공익신탁이다. 수익을 돌려주는 금융상품이 아니다. 물론 일반적인 공익신탁과 같이 세액공제 혜택은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계기로 박 대통령이 제안한 청년희망펀드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직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우선 지원된다. 지난 8월 기준으로 대학을 졸업한 20대 실업자는 41만 명으로 실업률이 8.0%에 이르지만, 앞으로의 취업전망도 밝지 않다. ‘고용 없는 성장’ 추세 탓으로 일자리는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 제1호 가입자가 되면서 정부와 공공기관 금융회사 임직원들은 물론 대기업 오너들도 눈치껏 가입하고 있다. 국가 예산으로 해결해야 할 청년실업 문제를 펀드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옥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모 은행에서는 직원들까지 동원했다고 하고, 다른 은행도 내부 사정은 다를 바 없다. 말로는 힘을 모아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자면서 정부는 청년에게 쓸 정부예산은 아깝다는 표정이다. 그렇다면 국민이 낸 세금은 도대체 어느 곳으로 새고 있는지 모르겠다. 추위가 바짝 앞으로 다가와 찬바람이 거세게 분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발걸음 또한 썰렁하다.

이건희 회장의 개인 재산은 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이면 한국의 가난한 사람에게 1인당 185만원씩 나눠줄 수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 이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 임원들의 동참으로 모은 50억원과 자신의 돈 200억원을 보태 250억원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했다. 고급 외제차 124대(약477억원)를 소유한 이 회장의 형편으로는 조족지혈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부자가 기부행렬에 척척 알아서 잘도 기고 있다. 효성의 조석래 회장도 16억원, 조현준 사장과 임원진도 20억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임원진이 200억원,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임원진이 100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70억원과 임원들이 모은 30억원을 합해 100억원을,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20억원 등 청년희망펀드에 과감하게 기부하고 있다. 그 외에도 남경필 경기도지사부터 모 시의 구청장 그리고 종교 단체와 인기스타에 이르기까지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했다는 소식들이 연일 쏟아져 대한민국은 신바람 났다.

돈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사연도 많은 법이다. 때로는 없이 살아도 불편할 뿐이지 불행하지는 않다는 생각도 든다. 과거 외환 위기 때 국가부도 위기를 극복하자면서 227톤의 금을 모았던 금 모으기 운동도 불현듯 생각난다.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담뱃값 인상에 성공하더니 이젠 재미를 붙이긴 제대로 붙인 모양이다.

이원규 기자  mail@newstow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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