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하주성

한문으로 사내 ‘남(男)’자는 입구(口)자 안에 열십(十)자가 들어있는 밭 ‘전(田)’를 쓴 후 그 아래 힘 ‘력(力)’자를 붙인 글자이다, 한 마디로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남자란 열 사람의 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져야한다는 말이다. 지고로 남자란 우락부락하고 덩치가 있으며 힘이 있어야 한다.

세월이 바뀌다 보니 요즈음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되는 체형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체형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과연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힘)이 있느냐 하는 점이 중요하다. 체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자로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수렵시대를 거쳐 농경사회로 이어지면서 남자들은 힘의 상징이었다. 밥을 먹고 나면 가족들을 위해 사냥을 나가거나 농사를 지어야 한다. 자신에게 딸린 식솔들을 잘 먹이고 잘 입히는 것이 남자들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그런 사회가 아니다. 무슨 을을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던지 가족을 잘 보필하면 그것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점점 숙여지는 고개, 움츠려드는 어깨

적어도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에도 노력만 하면 먹고살 수는 있었다. 내가 얼마나 부지런한가에 따라 기족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일거리도 널려있었다. 그것이 공사판이 되었든, 남의 집 행랑살이를 하든지 나만 건강하고 부지런하면 해결이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부지런만 해서는 먹고 살 수가 없다. 이른 새벽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옷을 두껍게 입고 새벽에 열리는 인력시장을 나가보지만 일자리가 나선다는 보장도 없다. 그저 언 몸을 움츠리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 몇 시간을 그렇게 기다리다가도 허탕을 치기 일쑤이다.

차가운 공기를 해치고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야간 일자리라도 구해보려고 거리를 헤매다가 야간 노천 인력시장으로 나가지만 이곳 역시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서까지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결국 하루를 허탕치고 만다. 요즈음 겨울철이 접어들면서 점점 일자리 구하기가 녹녹치 않다는 것이다.

“이제는 일자리 구하기가 예전과 같지 않아요.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유입된 노동자들이 인력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점점 일자리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나라 노동자보다 일급이 싸기 때문이기도 하죠. 경쟁자가 많으니 일급까지도 더 줄어들고 있기도 하고요.”

요즈음은 밥을 먹기도 어려운 시절이다.

김아무개(남, 55세)씨는 시간이 갈수록 일자리 얻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한다. 새벽 인력시장만이 아니라 야간 인력시장까지도 외지인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 어깨엔 자꾸만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요즈음 현실이다.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무료급식소를 찾아가 한 끼 식사를 때우고는 합니다. 무료급식소에도 여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 같아요. 그만큼 살아가기가 힘든 세상에 되었다고 보아야죠.:

남자란 자고로 밥을 먹었으면 사냥을 나가야 한다. 사냥을 나가 무엇을 잡던지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남자란 열 식구의 입이 즐거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데 이제는 그런 이야기도 옛날 속담에 지나지 않는가 보다. 힘은 있어도 그 힘을 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쳐져버린 어깨와 숙여진 고개, 언제쯤 다시 바로 세울 수 있으려는지 참담하기까지 하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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