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인가부터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사건이 있다. 소위 말하는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이다.

2013년 청와대 전 대변인 윤창중이 박대통령 미국 순방 길에 성추행 의혹사건으로 국가 망신을 톡톡히 시켰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내도 아닌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2015년 국회의원 심학봉 의원(새누리당)이 성폭행 사건으로 제명되었으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에 ‘국정 교과서 상고사’ 대표 집필진으로 선정됐던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했다.

또 있다.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벌인 제주지검 지검장도 그 사건으로 파면되었다. 법을 다스리는 법관도 밤이 되면 개가 되는 것인가.

이는 빙산의 일각으로 매일 보도되는 사건 사고 소식에는 성관련 사건이 어김없이 포함되어 있다. 국회의원, 교수, 법조인, 영관급 군인, 연예인, 고위공직자 줄줄이 사탕이다. 왜들 이러는가. 일반 시민도 아니오, 소위 말하는 사회 엘리트 계층이라는 점에서 몹시 씁쓸하며 경각심을 부른다.

왜 이처럼 성추행에 관련된 사건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것인가?

원인은 세 가지로 추론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우리 사회가 성에 대해서 아직도 남성 위주의 가치기준이 우세하며, 두 번째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 생기는 갑을(甲乙) 관계의 극대화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여성들의 권익의식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증거이다.

남녀평등이라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남성 위주로 판단하는 경향 많다. 유교적 관습의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내면화 되어, 무의식중에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들은 성을 정복 또는 소유 개념으로 잘 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잘 못된 생각은 빨리 고쳐야 한다.

바로 이런 남성들의 잘못된 관행이 갑과 을의 관계와 맞물리게 되면 매우 더럽고 치사한 범죄로 바뀔 수밖에 없다. 거기엔 갑의 권력과 횡포까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과 연예인, 교수와 대학원 제자, 고급장교와 여자군인, 회사 중역과 젊은 여사원. 그리고 보육시설 원장과 장애인 등. 모두 갑을 관계로 묶여있다.

쥐뿔만한 권력이 있어도 상대적으로 약한 쪽의 성을 유린하고 착취하는 것이다.

그럼 우리 서민은 성에 관한 크고 작은 사건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

이제 연말이 다가온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술자리가 많아진다. 술이 들어가면 당연히 농담도 오고 갈 것이며, 농담 중에서도 성적농담이 있어야 술판이 즐겁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성희롱이다. 잘 못 건드리면 폭탄이다.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어디까지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아사무사하기 때문이다.

성희롱이란 법적으로 상대에게 성적 수치심을 안겨주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성적 수치심은 매우 주관적인 것으로 애매한 점이 많다. 성추행 성폭행 역시 법원에서도 해석이 약간씩 달라 골머리 아프다.

하지만 우리 일반 시민으로써 기준은 간단하다. 성적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찐한 성적 농담을 했느냐 안했느냐, 손목을 잡았느냐, 허벅지를 만졌느냐 하는 시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여성을 사회구성원으로써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달렸다.

특히 계급이나 서열 관계가 뚜렷한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나이가 어리거나 하위직의 여성도 똑같은 인간으로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주종관계가 아닌 평등관계가 이뤄질 때 노래방 술자리도 즐겁고, 나아가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오태영(극작가, 소설가)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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