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최루탄이 아스팔트 위에서 지랄하듯 터진다. 안개처럼 깔리는 희뿌연 연기는 이내 구토를 일으키고 눈물을 쏟게 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나뒹굴고 있다. 그 사이에서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의 머리채를 끌어당겨 닭장차 안으로 열심히 집어넣는 하얀 헬멧의 전사들. 우리는 그들은 ‘백골단’이라 불렀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권 이후 사라진 줄 알았던 악명 높은 그들의 망령이 고맙게도 박근혜 정권에서 등장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공포와 탄압의 대명사인 백골단의 등장은 분명히 역사를 과거로 되돌리는 사건이다. 현 정부의 노골적인 대 국민 협박이다.

시위의 주역인 민노총도 논평에서 “백골단 가동은 공포정치, 탄압정치”라면서 규탄했다. 피해자 측인 전농도 서울광장에서 무차별하게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 어르신의 쾌유를 기원하는 집회를 강행할 움직임이다. 지난 70년대 유신독재와 80년대 군부독재의 잔재인 백골단의 모습을 떠올리면 온몸에 전율이 인다.

앗!

견원지간(犬猿之間)이란 말이 있다. 작금의 정치판을 이르는 말이다. 별로 색깔도 뚜렷하지 못하면서 보수니 진보니 하면서 사사건건 대립하는 이른바 세충(稅蟲)들을 비꼬는 말이다. 상대편이 좋은 제안을 하면 색안경 쓰고 제목만 읽고 ‘일단은’ 반대의 구실을 만들어 발목부터 물어뜯는 바로 그 벌레들이다. 엊그제 가까스로 처리된 FTA 비준안도 조건부 협상이었다. 서로가 원하는 법안을 ‘1대1’ 비율로 서로 나누자는 거였다.

최근에는 여당이 4대 개혁과 규제혁파를 내놓으니 역으로 야당에서는 민생 4대 개혁을 제안하며 맞불 지피기로 응수했다. 군사독재를 몰아냈던 18년 전 모습들은 눈에 띄지도 않는다. 이젠 뱃살도 두툼하게 올랐고, 과거의 양김, 삼김 등 큰 어르신들도 없으니 모두 제 잘났다고 행세하는 꼴이 가관이다.

아!

이러다가는 예전처럼 최루탄과 화염병도 부활할 조짐이다. 역시 우리 민족은 조상 탓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가 보다. 5·18, 6·10, 4·19, 3·1 항쟁 때에도 의롭게 저항하던 사람들은 모두 폭도라고 불렀다. 지금 박 정권이 IS 운운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덩달아 애완견처럼 꼬리를 치는 언론과 종편은 후세에도 영원히 살아남아 영화를 누릴 것은 뻔하다. 역사는 언제나 승리자의 몫이라며 챙길 것은 이참에 싹싹 긁어갈 기세이다.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들만 반푼수 취급당할 뿐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무리한 진압은 오히려 성난 군중들을 자극할 뿐이다. 충돌을 부추기는 화약과 같은 역할을 한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맘껏 놀아보라고 멍석을 깔아주고 내버려두는 게 상책이다. 건들지 않는데 누가 시비를 걸 것인가. 오히려 두려움에 떨도록 높은 벽을 쌓고 소통하지 않으려는 게 화근이다. 귀를 열고 그들이 부르짖는 소리가 무엇인지 똑바로 들어보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성경 구절은 역으로 ‘스스로 악한 일을 하는 사람에겐 악으로 되갚음을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겨울의 초입이다. 백골단의 강경 대응이 민주화의 초석이 되었던 그때의 기억에서 생생하게 떠오른다. 봄은 곧 온다.

이원규 기자  mail@newstower.net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