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란 사람이나 짐승 등이 이용하는 곳이다. 자동차나 배, 비행기 등이 다니는 곳 역시 길이라 칭한다. 길은 크게 나누어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교통수단으로서의 길이다, 그리고 둘째는 방도를 나타내는 길이 있고 셋째는 행위의 규범으로서의 길이다.

예기(禮記)에는 왕도(王道)나 치도(治道)라는 용어로도 길을 사용하고 있다. 왕이 백성을 위해 걸어야 할 길이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국민을 위해 걸어야 하는 길은 모두 행위의 규범에 속하는 길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자신의 처해진 위치에 따라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가를 깨닫는 것 또한 길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말이 아니면 하지를 말라”라는 옛 말이 있다. 여기서의 길은 사람이 가는 길과 행위의 규범 두 가지를 모두 이야기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길은 서로 통한다. 길을 가다가 흔히 길이 막히면 딴 길을 택해 갈 수 있다. 하기에 길은 길로 통하는 법이다.

요즈음 정치판을 보면 소통이 되지 않는 막다른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길은 길로 통하는 소통을 저버린 지 오래다. 서로가 내 길만을 우겨댄다. 내가 가는 길만이 유일한 소통이라는 것이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소통이 아닌 불통이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자연 막다른 길이 되어버리고 만다.

어디에나 길은 있고 어디에도 길은 없나니

노루며 까막까치 제 길을 열고 가듯

우리는 우리의 길을 헤쳐가야 하느니.

땀땀이 실밥 뜨듯 잇고 끊긴 오솔길

신발 끈 고쳐 매며 한 굽이는 왔다마는

호오호 밤 부엉이가 어둠을 재촉한다.

날 따라 다니느라 지쳐 길게 누운 길아

한심한 눈을 하고 한숨 몰아쉬는 길아

십자가 건널목에는 신호등도 없어라.

장순하 시인의 연작시 길 시리wm 중에 ‘지쳐 누운 길아’라는 시의 한 대목이다. 이 시를 읽다보면 어찌 그리 지금 돌아가는 세상과 닮고, 이 시대의 정치판과 닮았는지 모르겠다. 이젠 제발 아집과 독선을 버리고 제대로 된 소통의 길로 접어들기를 바란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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