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10월 ‘수원시립미술관’에 ‘아이파크’라는 기업 브랜드 명칭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 칼럼을 통해 이의를 제기했었다. 화성행궁 앞에 있는 그 미술관은 현대산업개발이 기업이윤을 지역사회에 기부해 건립했다. 그때 수원시의회가 조례에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란 이름으로 확정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시민단체가 이의를 제기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가칭 ‘고은문학관’은 혹시라도 뒤늦게 불상사가 나지 않길 바란다. 혹자들은 고은 시인이 노벨상 후보자였기에 상품가치가 있다지만, 고매한 예술을 상품 취급하는 얄팍한 상술은 경계해야 한다.

물론 처지와 상황이 같지는 않지만, ‘고은문학관’ 건립 예정 문제로 수원 출신의 문학인들이 성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문인협회 측은 염태영 시장과의 면담이 불발로 인한 차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참 이상하다. 무슨 깊은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왜 선출직 시장이 막강한 투표권을 가진 시민을 꺼리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시민을 대신할 시의원도 선출했다. 이런 문제는 문인들이 나서기보다는 시의회 차원에서 먼저 거론해야 한다.

시중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고은 시인에게는 수원시가 광교산 부근에 거처를 마련해 주어 그분이 집필을 계속하는 데 불편함은 없게 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정조의 얼이 살아 숨 쉬는 화성행궁 쪽에 그분의 이름을 딴 문학관으로 강행하려 하는가. 앞에서 밝힌 바대로 상품가치 때문에 정조와 나란히 세우겠다면 큰 오산이다. 예술은 시중에 내놓고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다. 고결한 문화의 정체성이 염태영 시장 대에 와서 자주 뒤흔들린다.

성곽도시 수원시에는 화성을 비롯한 고유한 문화재와 관광자원이 많다. 문화는 억지로 가공하는 상품이 아니다. 수원 문학인들의 주장대로 ‘수원시문학관’ 혹은 ‘홍재문학관’ 등의 이름도 괜찮겠다. 그곳에는 수원 출신이 아닐지라도 수원시를 사랑하는 고은 시인은 물론 수원 출신 원로문인들의 귀중한 자료들도 함께 보여주면 된다. 수원시 출신 중에는 정치권에 기대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창작품에만 정진하는 가난한 문인들이 참으로 많다. 문인들을 후원하는 것이야 고마운 일이지만 ‘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옛말과 어렵지 않은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도 한 번쯤 곱씹어 볼 일이다.

이원규 기자  mail@newstow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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