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에 참석 중인 (왼쪽부터) 김진열 감독, 이재명 성남시장, 예은이아빠 유경근씨

전국이 세월호가 침몰하는 것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무렵, 성남 시청 앞 게양대에는 추모기가 올랐다. 시장은 노란 뱃지를 달고다니고, 시청사 한 면을 가득 채우는 대형 현수막도 함께 걸렸다. 다른 지자체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들 세월호를 가슴 속에 묻어두자고 합의를 본 듯 조용히 게양을 내릴 때, 성남은 그러지 않았다. 빛바랜 노란색 대형현수막은 성남시청을 찾는 이정표가 됐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시청 앞 잔디밭에는 세월호 모형을 전시하기도 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참사를 잊고 살 때 마다, 성남은 세월호 사건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상기시켜주곤 했다.

10일 저녁, 성남시에서는 또 한번 울음이 번졌다. 영화 <나쁜나라>의 상영 때문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무척 익숙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너무 울어서 물기 없이 부어버린 눈, 단식과 노상을 반복하며 기름기가 가셔 퍼석거리는 손, 외치는 건지 울부짖는 건지 모를 음성들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는 이들의 일상을 기록하듯 얌전히 뒤따라간다.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으로 합의를 본다 만다 하며 손을 교차해 맞잡고 있을 때, 국회 밖에는 유가족이 있었다. 특별법 협의에 유가족 대표가 참여해 한 소리를 했을 때도, “그건 예의가 아니다”고 저지당해야 했다.

정부가 유가족과 합의도 없이 보상금을 결정했을 때, 그들은 삭발을 결심했다. 선체인양도 결정하지 않은 채 보상절차를 밟는 것은 부당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당시 많은 언론사들은 그들이 보상받을 금액과 삭발장면을 번갈아 소개하며, 돈을 더 달라고 소리치는 매정한 부모로 만들어 버렸다. 그들은 철저히 국회 밖으로, 언론의 편집권한 사이로 배제당해야 했던 것이다.

영화 속에서 개그맨 김제동은 유가족을 위로하며 이런 말을 전한다. “시골에서 새끼소를 팔아넘기면 새끼 잃은 어미소는 몇날 몇일을 목놓아 웁니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 중 누구도 왜 소가 우냐고 타박하지 않아요”

그래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모진 풍파 속에서도 꽃이 피듯이, 같은 슬픔을 겪으며 하나가 된 이들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졌다. 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부인을 슬쩍 보고만 가는 무뚝뚝한 남편의 흉을 보기도 하며, 삭발한 머리에 투쟁띠를 둘러주며 “머리가 너무 긴거 아니냐”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곳에서도 삶은 계속됐고,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특별한 조직이 된 것이다.

영화를 마친 후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예은이 아버지로 더 잘 알려진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인 유경근씨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성남시가 세월호 영화를 자체적으로 상영한 것은 작년 ‘다이빙벨’이후 두 번째다. 왜 이렇게 성남시는 세월호에 관심을 갖을까? 이재명 성남시장은 “세월호는 대한민국에 민낯”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증개축 검사, 인양작업, 대통령의 시행령 등 세월호를 둘러싼 갖가지 문제들은 우리에게 이러한 참사가 또 이러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시장은 이런 총체적 부조리로 인해 세월호 같은 참사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우리라도 기억해야한다”고 전했다.

유경근씨는 14일부터 특조위 청문회가 있다는 것을 알리며, 권력에 대한 감시와 연대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세월호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즐겁게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쁜나라’는 지난 3일 개봉했으며, 현재 서울의 일부 독립영화관, 그리고 경기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안산 한 곳에서만 상영 중이다.

허민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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