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6시 30분, 덕수궁 별관 후생동 4층 강당에서 열린 중앙시조신인상 수상자인 김영주 시인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오산시 운천로 193에 소재한 운천고등학교 도서실이다. 운천고등학교를 찾아가 만난 김영주 시인은 10년 째 사서를 맡아보고 있다고 한다. 1959년 경기도 수원 생인 김영주 시인은 2009년 ‘유심’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미안하다, 달>이 있다.

첫 시집 <미안하다, 달>은 경기문화재단과 서울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수혜받아 2012년에 출간했다. 김영주 시인의 등단은 늦은 편이다. 생활을 하기 위해 뒤늦게 등단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생활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지는 않는다. 도서관학과를 졸업하고 이리 원광대에서 7년간 근무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10년 전에 이곳 운천고등학교에 자리를 잡았다.

국내 최고 권위의 시조 문학상인 중앙시조상대은 시집을 한 권 이상 낸 등단 15년 이상의 시조시인 중 한해 최고의 작품을 발표한 이에게 수여한다.

중앙시조신인상은 시조를 열 편 이상 발표한 등단 5년 이상 10년 미만의 시조시인을 대상으로 전년도 기 수상자들 중에서 예심자를 선정하고, 지난 1년간 (2014년 12월~2015년 11월)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신작 시조에서 본심 후보작을 선정해서 대상을 3-4명으로 압축해 본심에 올리는 엄격한 상이다. 올해 본심 심사는 이지엽(경기대 교수), 유성호(한양대교수, 문학평론가), 홍성란(시조시인)이 맡았다.

늘 글을 쓰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김영주 시인. 누가 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대타라도 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가 되어있다면서 웃는다. 김영주 시인은 글 부탁을 받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라도 글이 필요하면 바로 보낼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 약자의 목소리를 대신하고 있어요.

김영주 시인은 자신의 글은 늘 약자의 편에서 대신한다고 말한다.

“저는 흔히 이런 표현을 해요. ‘고로쇠 등골까지 빼먹는 인간’이라고요. 나무도 생명이 있는데 인간들만 잘 살겠다고 고로쇠 줄기에 빨대를 꽂고 그 수액을 빼먹는 인간들을 빗댄 말이죠. 사람들은 늘 무엇인가를 빼앗으려고 하잖아요. 그래서 전 사람이나 동물이나 약자 편에서 글을 쓰죠.”

김영주 시인은 자신의 이름표를 달고 내놓는 시이기 때문에 늘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동시도 써보고 싶다고 하는 김영주 시인. “옛날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그냥 동시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다고 절대 동시가 될 수 없다”면서, 틀 안에서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한다. 갇힌 틀이 아니라, 그 틀도 자유롭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떡전 거리 인도 위에 신문지 펼쳐놓고

풋고추

오이 호박

가지런히 누워있다

환하게 이 드러내고 웃고 있는 베트남 댁

산 설다

물도 설다

돌아갈 길 더 설다

보도블록 틈 사이로 뿌리 둘 곳 더듬다가

토종이 되어 간단다

흙을 꽉! 움켜쥔다

김영주 시인의 수상작인 <서양민들레> 전문이다. 김영주 시인은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 시조 시인회 회원이면서, 유심시조 동인이다. 지난해 발족한 (사)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 회원이기도 하다. 길지 않은 시간에 나눈 이야기지만, 수상자로 선정 된 기쁨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수상소감>

나이 50에 등단이란 것을 했다. 아홉 살 문학소녀의 꿈을 41년 만에 이룬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6년이 흘렀다. 너무 덧없어 어제 같고 또 파란만장해서 드라마 같은 그런 6년이었다.

아직도 나는 시인보다는 생활인에 더 가깝다. 치열하기로 하면 생활이 더 그랬으니까. 작품을 통해 남의 아픔을 쓴다고 했지만 실은 그 아픔이 내 아픔이었다. 내 아픔이 아니었다면 나는 시를 쓰지 못했을 것이다.

시조의 정형은 나에게 연줄과도 같은 존재였다. 무한히 날아올라라 풀어주고, 그러나 헤매지는 말라며 당겨주는 연줄, 그 정형 안에서 나는 자유로웠다.

시조는 형식도 형식이지만 시조만이 가지는 고유의 정서가 있다. 드러내지 않고 은근히 풍기는, 그러면서 종장의 반전이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매력 있는 장르다. 현대시조는 고시조와 달라 그 감각도 매우 현대적이다. 시조하면 '청산리~'를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매우 안타까움을 느낀다.

배부르고 등 따시면 편안함에 길들여져서 세계와의 불화란 것을 생각조차 못할 것이니 그런 면에서 그간의 시련과 장애에 나는 감사해야한다. 슬픔과 괴로움, 외로움과 분노를 달래고 승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천천히 뼛속까지 써내려가며 쓸 것이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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