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바쁘다. 찾아볼 곳도 많고 각종 행사에 모임 또한 하루걸러 자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말에 시간을 쪼개서 지내다가 보면 언제 시간이 지나가는지조차 모르고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사람들은 연말이면 송년회다 망년회다 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리를 갖게 된다.

그렇게 바쁘게 살다보면 꼭 잊고 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다.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바쁜 생활에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버린 것을 늘 후회하지만 연말만 되면 왜 그렇게 잊고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 환경이 달라지면서 스스로 나태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말이 되면 꼭 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잊지 않고 작은 꾸러미를 50개 정도 만들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일이었다. 그 안에는 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추운 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장갑이며 목도리, 양말에 간단한 다과 등을 넣어 추운 겨울에 따듯한 마음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나만의 보따리이다.

비용으로 따지자면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나로서는 꽤 정성을 드려 준비를 한다. 조금이나마 소외된 이웃들이 연말에 혼자라는 쓸쓸함을 벗어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가격으로 따지면 선물보따리 하나를 만드는데 1만원 안팎이지만, 혼자서 준비를 하는 나로서는 나름 버겁기도 하다.

매년 십 수 년을 그렇게 준비를 한 후 그것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나 사회단체에 가져다주곤 했다. 그것은 일 년 동안 그래도 헐벗지 않고 굶주리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다. 또한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도 늘 부족한 삶을 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이웃에 나보다 부족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조금이나마 나누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다,

매년 그렇게 정성을 다해 준비를 하고 누구인가는 몰라도 잠시나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는 했다. 지금보다 더 생활의 여유가 없을 때도 그렇게 살아왔는데, 어찌된 것인지 생활이 더 나아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나눔을 몇 년째 잊고 산 것이다.

‘올해는 잊지 말아야지’ 혼자 다짐을 한다. 세상은 내가 노력해서 사는 것이지만 혼자 잘나서 잘 사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재벌들처럼 수억의 기금을 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처한 환경에서 아주 미비한 것이나마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 힘든 세상을 살면서 그래도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벌써 12월도 절반이 훌쩍 지나버렸다. “나눔을 실천하지 못하는 삶이란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 존경하는 선생님 한 분이 늘 들려주시던 말씀이다. 올 연말에는 작은 것이나마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새해인 단기 4349년 병신년을 맞이하도록 해야겠다. 한 해 동안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고 꾸러미에 담아야겠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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