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민족정신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겜 구릉 교수

근대사에서 자유로운 아시아는 없다. 세계를 점령하려했던 제국주의 국가들은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아시아를 침략했다. 당시 지배국은 아시아의 주권을 박탈했을 뿐만 아니라, 너무나도 잔혹한 방법으로 민족정신을 말살하려 했다. 그렇게 일본을 제외한 많은 국가들이 전쟁과 수탈 속에서 피와 눈물의 근대사를 써야했지만, 누구하나 사죄하는 사람이 없다. 침략국들은 하나같이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며 역사 속에서 상처를 묻어둘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뼈아픈 역사는 시간이 지난다고 잊히는 것이 아니다. 이 점은 누구보다도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일제의 수탈에 저항하기 위해 몸부림 쳤던 저항과 피의 정신은 지금 우리의 문화유전자가 돼서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여름 개봉했던 영화<암살>이 천이백만 관객을 모을 수 있었던 결집력의 바탕에도 같은 아픔을 겪으며 생겨난 ‘민족성’에 있다.

지난 18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아시안”아픔을 넘어…> 국제학술 세미나가 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동아시아 전통문화 김용국 연구원장은 세미나를 개최하며 “이런 역사를 가슴 속에 간직하고 살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며 아픔을 넘어서야 한다”며 이번 세미나의 의도인 ‘상생’과 ‘평화’의 의미를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동아시아로 나누어 각 나라의 독립정신과 민족정신에 대한 국경 없는 대화를 나눴다. 그 중 몇 나라의 사례를 김원장의 발제를 통해 정리해 볼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내부 분열의 아픔을 겪었지만 끝내 주권을 되찾았다. 미얀마는 승려들과 지식인들에 의해 독립운동이 시작됐고, 대학생들이 연대해 적극적이고 강렬하게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1948년 1월 4일은 미얀마 국민들에게 가장 성스러운 날이 됐다. 인도네시아는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자각과 원천적 질문을 통해 독립운동이 촉발됐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인가’였고 ‘우리가 누구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러니 ‘인도네시아’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은 독립을 원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투쟁을 향한 독립운동으로 점철된 근대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공통된 특징이다. 김용국 원장은 이에 대해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주권을 빼앗기도록 국가를 경영하던 통치자와 통치계급이 아닌 피지배자들에 의해 독립운동이 전개됐다는 점이다”며 “희생은 언제나 민중의 몫이었다. 이 점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뜻을 전했다.

이날 축하공연으로는 고성주씨(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 경기도당굿 이수자)외 7명이 ‘한을 풀고, 평화를 품다’라는 주제로 진행됐으며, 아시안의 연대와 상생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마무리됐다.

허민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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