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다 못해 울화가 치민다.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자신이 키우는 개는 포동포동 살을 찌우면서 생명을 가진 11살배기 아이는 그렇게 피골이 상접하게 만든 것일까? 아이가 배고픔을 참지 못해 집에서 나와 근처 슈퍼에 가서 이것저것 집어먹다가 주인에게 들키자 ‘우리 아이가 아니다’라며 뻔뻔히 나간 인면수심의 아버지와 동거녀. 그리고 아이 때문에 아동학대로 자신들이 경찰에 조사를 받을 것이 두려워 도망까지 갔다는 것이다.

생부와 동거녀로부터 지난 2년간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 11세 소녀는 생부에게 맞는 것이 두려워 집 밖으로 나갈 생각도 하지 못하다가 배가 너무 고파 2층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내려왔다고 하는데 당시 소녀는 맨발에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이었다고 한다. 요즈음 같은 계절에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더욱 화가나게 만든 것은 어린 소녀는 11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30kg이 넘어야 할 몸무게가 4세의 평균 몸무게인 16kg에 불과했고 키도 120cm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 소녀는 집을 탈출해 인근 슈퍼마켓에서 빵을 먹다가 슈퍼마켓 주인이 경찰에 신고로 알려지게 되었는데 당시 슈퍼마켓 주인은 아이의 상태가 너무 깡말랐고 몸에는 상처도 있어 이를 수상히 여겨 아이 보호차원에서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조사 결과 A양은 지난 2년간 아버지 B씨(32)와 동거녀인 C씨(35), 친구 D씨(36·여)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6년 전 C씨와 동거를 시작한 B씨는 직업도 없이 온종일 온라인게임을 하며 지냈다. 식사시간과 잠자는 시간 말고는 하루 종일 게임만 했으며, 생활비는 C씨가 벌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방치가 되었고 배가고파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먹으며 부차별 폭행을 가했다는 것이다. 어린 소녀는 그런 매질을 2년 동안이나 쇠파이프 등으로 계속 구타를 당하다가 결국 몸이 한 곳도 성한 곳이 없었다고 한다. 더욱 이 인간들이 파렴치한 것은 아이가 집에서 탈출한 것을 알아채고는 야반도주를 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아이는 아동보호기관에서 보호를 하고 있고 각처에서 성금과 함께 많은 격려의 물품이 답지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11세 어린 소녀의 소식이 전해진 후 사람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도대체 생부가 아무리 게임에 빠져있다고 해도 어떻게 자신의 딸을 개보가 못한 취급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문제는 이 나라에서 아이들이 이렇게 폐해를 보고 있는 것이 이 어린 소녀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친 부모에 의해 아이들이 학대를 받는 경우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아동학대 건수는 전년 6천796건보다 47.5% 증가한 1만27건을 기록해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섰다. 더구나 아동학대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는 전체의 81.8%, 가정 내에서의 학대 사례의 83.8%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내년 아동학대 예방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26.5%나 감소했다. 내년 관련 예산은 185억6천만 원으로 올해 252억5천만 원보다 66억9천만 원 가량 줄었다. 당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예산부처에 503억9천만 원을 배정할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 내 조정 과정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아동이 행복한 나라, 정말 바람직한 나라가 아닐까? 그런데 이 나라는 어째서 아동학대 예산은 매년 줄어만 가는 것일까? 이런 상태라면 또 다른 11세 소녀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동학대는 매년 늘어 가는데 정작 예방 관련예산은 매년 줄어 가고 있는 나라. 이 나라의 어린이들이 걱정스럽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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