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에 항의방문한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들

사상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맡고 있는 경기도의회가 지난 13일 예정됐던 임시회도 끝내 열지 못했다. 경기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처리를 두고 여야 간의 평행선이 아직까지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공약인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자치에서 떠맡을 경우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할 수 없다"며 ‘누리과정 0원’을 주장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남경필 도지사가 누리과정 2개월분을 책임진다고 밝힌 만큼 일단 일부만이라도 편성해 눈앞에 닥친 보육대란을 막자"는 입장이다.

이날 오전 임시회를 앞두고 강득구 도의회 의장과 남경필 지사, 양당대표 간의 4자 협의가 진행됐지만, 한 시간이 넘는 회의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강득구 의장은 “양당대표 두 분의 합의가 마무리 되면 임시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중앙에서도 지방자치의 누리과정 예산 처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만큼 서로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결렬됐다.

지난 10일 남 지사가 “누리과정 예산의 해법을 못 찾으면 경기도가 책임지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더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경기도만의 일이 아니고 17개 시·도 모두의 일"이라며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예산을 경기도민 혈세로 책임지겠다는 것은 안 된다"고 직접 비판한 바 있다. 또 본회의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교육감들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 예산 편성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보교육감을 비판한 상황인 만큼 여야 모두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편 유치원·어린이집 관계자 300여명은 도의회를 방문해 “누리과정 선편성”을 주장하며 점거에 나섰다. 이들은 더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린 강당 입구를 막아섰고, 결국 경찰이 동원돼 이를 진정시키는 등의 소란을 빚었다. 한 어린이집 연합회 대표는 “누리과정 문제가 지난해 충분히 협의가 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며 “아이와 어린이집을 볼모로 정치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번 집회는 얼마 전 총선에 출마한 이음재 새누리당 부천원미갑 당협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이들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진보교육감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농성이 계속된 가운데, 여야 간의 합의가 되지 않은 본회의를 개최했을 때 혼란이 더 가중될 수 있는 위험으로 인해 양당 간의 합의 하에 임시회는 무산됐다. 오후 6시경 강득구 의장은 어린이집 원장들이 점거하고 있는 로비에 나와 오늘 임시회가 무산됐음을 최종적으로 알렸다. 강 의장은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음재 대표는 “임시회가 무산돼 오늘은 돌아가지만 20일까지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하며 “이제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하루하루 마음 놓을 수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됐다”고 상황을 전하며 집회를 해산했다.

현재 경기도의회가 임시회를 통해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하면 준예산 사태 장기화로 경기도의 예산운용이 어렵게 되며, 다가오는 20일까지 누리과정 예산이 책정되지 않으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지원이 끊기게 돼 보육대란이 현실화될 우려가 있다.

허민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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