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 홍유릉로 352-1(금곡동)에 소재한 사적 제207호는 ‘홍릉과 유릉’이다. 이 중 홍릉은 조선 제26대 임금인 고종과 그의 부인인 명성황후의 무덤이다. 고종은 철종 3년인 1952년 7월 25일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863년 철종이 후손이 없이 승하하자 12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고종이 왕위에 오른 후 10년간은 흥선대원군이 나라를 다스렸다. 1873년 흥선대원군이 물러나고 고종이 직접 나라를 다스렸으나 고종은 재위기간 중에 외세의 침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내부에서의 정치적 변화로 인해 임오군란, 갑신정변, 을미사변 등을 겪었다. 1897년에는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연호를 광무라 불렀다.

1907년에는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국가와 민족을 보호하고자 세계만국평화회담이 열리고 있는 네덜란드의 헤이그에 밀사를 파견하기도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고종이 재위하던 44년간은 외세의 침입이 잇달았던 격동기였다. 고종은 67세인 1919년 1월 21일 덕수궁 함녕전에서 세상을 떠났다.

파란만장한 세상을 살다 간 명성황후

명성황후 민비는 고종 3년인 1866년 16세의 나이로 왕비가 되었고 고종 11년인 1874년 왕자인 순종을 낳았다. 고종의 친정 이후 민씨 일족이 실권을 장악하였으나 순탄치가 않았다. 1882년 일어난 임오군란 때에는 충주로 피신하여 겨우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임오군란이 끝난 후 명성황후는 청과 러시아의 세력을 끌어들여 정치적 기반을 다지려하였다.

하지만 이런 명성황후의 노력이 일본을 자극하였고 1895년 10월 8일 경복궁 건천궁에서 일본공사가 보낸 자객에 의해 시해 당했다. 을미사변으로 죽임을 당한 명성황후는 1897년 명성황후로 추존되었으며 처음에는 청량리 홍릉에 있었으나 풍수지리상 불길하다고 하여 고종황제가 돌아가시고 난 후 현재의 장소로 이장하여 합장하였다.

대한제국의 선포로 달라진 능침의 제도

광무 원년인 1897년 대한제국의 선포로 홍릉은 당시까지의 무덤 제도와 다르게 명나라 태조 효릉의 무덤 제도를 본떴다고 한다. 능은 12면의 병풍석을 세우고 면석에 꽃무늬를 새겼으며 난간 밖으로 둘레돌과 양석을 세우지 않았다. 무덤 아래에는 정자각 대신에 정면 5칸에 측면 4칸의 침방이 있는 집 즉, 침전을 세웠으며 문 · 무인석과 기린 · 코끼리 · 사자 · 낙타 등의 수석을 놓았다. 문 · 무인석은 크고 전통적인 기법으로 조각되었다.

고종황제와 명성황후를 합장한 홍릉의 앞에 세운 침전은 황제의 신위를 모신 제전이다. 중국을 섬기던 역대의 왕릉과는 다르게 정자각을 짓지 않았다. 홍릉과 유릉을 돌아보던 오후,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이왕 나선 답사였기에 발걸음을 재촉해서라도 다 돌아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오를 수 없는 능, 입장료는 왜 받아?

그동안 많은 능침을 돌아보면서 다음에는 다시는 능을 답사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입장료는 홍릉과 유릉을 보는 것이지만 문화재 보호란 명목으로 정작 능침은 근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을 한 능침을 보호하는 것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이렇게 능을 제외한 것들만 보고 간다면 굳이 능을 들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전국의 많은 역대의 능침들이 이렇게 정자각이나 침전까지만 돌아볼 수 있도록 한 문화재보호라는 것이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문화재보호를 하려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탐방로라도 마련을 해야 맞는 것이 아닐까? 멀리서 기껏 봉분의 끝만 바라다 보이는 세계문화유산. 그것을 보려고 먼 길을 시간을 내고 경비를 들여가면서 찾아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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