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된 줄다리기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행해지던 대동놀이이다.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고 공동체 구성원 간의 화합과 단결을 위하여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도작(稻作, 벼농사)문화권에서 널리 연행된 대동 놀이인 줄다리기는 음력 정월이나 10월 등에 중점적으로 연희가 되었다.

정월 대보름을 기해 이루어지는 줄다리기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사회적 결속과 연대감을 도모하고 새로운 농경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두 팀으로 나누어 줄을 당기는 놀이인 줄다리기는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공동체의 풍요와 안위를 도모하는 데에 본질을 둔다.

우리나라에서의 줄다리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왔다. <동국세시기> 상원조(上元條)에 보면 ‘충청도 풍속에 횃불싸움이 있다. 또 동네별로 편을 갈라 동아줄을 서로 힘껏 잡아당기는데 이것을 줄싸움이라고 하며, 경기지방 풍속도 이와 같다’고 적고 있다. 줄다리기는 색전(索戰), 발하희(拔河戱), 혈하희(絜河戱), 색희조리희(索戱照里戱), 갈전(葛戰) 등의 명칭으로 불렸으며 이기는 쪽이 풍년을 차지한다고 했다.

최남선의 <조선상식 풍속편> 인색(引索 : 줄다리기)에는 ‘경기도, 전라도, 경상도의 정월 15일 풍속에 짚 또는 칡으로 큰 줄을 수십 발이나 되게 길게 꼬고, 양쪽에는 수많은 작은 줄을 매달아 몇몇 마을이 들로 갈라 서로 잡아당기어 승부를 가른다. 이기는 편이 풍년이 든다고 말하는데, 이를 줄다리기라고 한다’고 했다.

<형초세시기>에는 한식의 행사로 타구(打毬), 추천(鞦韆 : 그네뛰기) 시구지희를 들었는데, 주(注)에 시구지희는 대나무껍질 등으로 동아줄을 꼬아 수리에 걸쳐놓고, 북을 치고 떠들면서 서로 잡아당기는 것이다’라고 했다. 견문록에도 발하(拔河)라고 하여 정월 15일에 대나무껍질로 만든 큰 줄을 사용하였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줄다리기를 말하는 것이다.

지역마다 줄을 이용하는 방법도 달라

줄은 무속성(巫俗性)을 띠우고 있는데 경기도 지방에서는 지역마다 줄을 당기고 난 후 그 처리방법이 달랐다. 여주군 점동면 흔암리에서는 줄을 당긴 후에 그 줄에 자신의 생년월일과 서원(誓願)을 적은 액송기를 줄에 꽂아 물이 언 강물에 갖다 놓았다가 해동이 되면 떠내려가게 하였다. 이는 액송의식으로 이루어졌다.

용인지방에서는 줄을 당긴 후 마을 입구에 선 장승에 갈어 놓아 마을에 재액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였다. 일부지역은 줄을 당긴 후 줄을 잘라 대문에 걸어놓아 집안에 액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가 하면, 잘라간 줄을 지붕에 올려놓아 가내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했다.

성남시 판교 너더리(널다리) 줄다리기는 정월 초부터 줄을 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가로대를 세우고 그 위로 줄을 걸어 선소리에 맞추어 소리를 받아가면서 신명나게 춤을 추며 줄을 꼬아 나간다.

흔히 ‘동아줄 드리는 소리’라고 하는 줄을 꼬는 소리는 먼저 지주대를 세우고 그 위에 가로대를 얹은 다음 짚을 걸어 여러 명이 서로 엇갈리면서 줄을 꼬아 나가면서 부르는 소리다. 선소리꾼이 북을 치면서 소리를 주면, 줄을 꼬는 사람들이 “드리세 드리세 동아줄을 드리세”로 소리를 받는다. 줄다리기는 그 준비과정부터 모든 주민들의 결속을 다지게 되는 것이다.

여주시 점동면 흔암리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줄을 당긴 후 줄에 액송기(厄送旗)를 꽂아 강물에 떠내려 보내는 것으로 모든 액을 물리쳤던 줄다리기. 전국 민속경연대회에 나가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예전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몇 년 전인가 4대강 개발이 되기 전 신룩사 앞 둔치에서 벌어졌던 대보름행사에서 연희가 되었던 액송의식. 예전 지역의 특징있는 줄다리기가 복원되기를 기대한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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