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얼차(보이차)와 같은 발효차를 우려낼 때 쓰이는 다호(茶壺)는 중국 장쑤성 이싱(宜兴, 의흥)에서 생산된다는 것이 보이차와 자사호를 설명할 때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자사호를 살펴보면 중국 장쑤성(江蘇省, 강소성) 남부에 있는 도시 이싱지역의 딩산(丁山)에서 생산된다.

딩산은 자사호와 죽순으로 유명한데 인근 산에 올라보면 바다를 이룬 만큼 대나무가 많다하여 ‘죽해(竹海)’라고 부르는 지역이 있어 죽순요리 또한 유명하다. 또한 태호(太湖)와 접해있는 지역이므로 태호 삼백이라는 세 가지 태호에서 나는 생선요리 등도 유명하다.

이싱지역의 딩산에서는 자사호가 생산되는데 그 지역의 생산원료(자사호 만드는 원석)로 철이 함유된 점토-석영-운모 성분의 분사암(紛砂岩)으로 이루어 졌으며 색상의 구별은 크게 자줏빛을 띠는 자니와 회백색 또는 회녹색을 띠는 녹니(綠泥), 홍갈색을 띠는 홍니(紅泥)로 나누어지지만 이를 통틀어 자니 또는 자사니(紫沙尼)라고 부른다. 재료의 원색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서로 혼합색을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 수효가 증가함에 따라 인공색을 가미한 화공 니료도 볼 수 있다.

자사호는 보통 1100~1200℃의 온도로 굽는데 우리나라 도자기와 다르게 유약을 바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재료 특성으로 인해 소성과정에서 미세한 기공이 형성되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옹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물의 온도를 잘 유지할 수 있고 또 한 맛과 향이 우러나는 것을 도와준다.

자사호는 유약을 바르지 않음으로 사용감이 생겨서 이를 즐기는 문화로 형성되어 가며 그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자사호는 중국의 육우가 다경을 쓰고 난 600년 쯤 후에 주원장이 지금과 같은 방식의 차를 제다하게 한 후 200년쯤 후에 자사호가 중국 역사에 등장한다.(1620년. 명 만력(萬曆)년간 사조제著 보차(普茶)최초 기록)

위 역사를 살펴보면 자사호와 중국 보이차의 관계를 알 수 있으므로 꼭 보이차 만을 자사호에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른 차들도 사용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유약을 바르지 않은 다호기록은 고려시대 이규보의 시에 찻물 달이는 다주자(茶注子)가 나오는데 ‘불룩한 배는 개구리가 노여움을 내뿜듯, 손잡이는 뱀 꼬리 굽은 듯, 모가지는 오리목에 혹이 생긴 듯, 입은 좁은 항아리처럼 움푹하니 다리 긴 솥보다 안정하다’고 하여 다관의 형태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시에서 말한 것과 같은 도제다관(陶製茶罐)이 출토되기도 했다.

조선 말기의 승려 각안(覺岸)의 시에 차 달이는 기구를 관(罐)이라고 하였다. ‘옹기다관은 오른쪽에 벌여놓고 찻잔은 왼쪽에 있다네. 오직 차 마시는 일 즐기니 무엇이 나를 유혹하리오’라고 하였다. 이 시에서 다관은 도기(陶器) 제품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자사호의 사용보다 우리나라의 옹기 개발로 자사호의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하겠다.

많은 도예가들이 무시유(유약을 바르지 않고 소성하는 방법)로 여러 종류의 흙으로 시험 하고 제법 작품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으므로, 조금만 더 생각해본다면 우리 도기제품의 품질향상과 도예강국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심인구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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