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종종 엄마를 따라 시장에 다녔다. 사람으로 바글바글, 북적거리던 시장 거리에서 손을 놓칠까 싶어 엄마는 내 손을 꼭 쥐고 다니셨다. 재래시장 구경은 어린 나에게 매우 흥미로웠다.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음식, 잡화를 파는 점포, 길에 앉아서 물건을 파는 아주머니, 물건 값을 치르며 큰소리로 실랑이 하는 사람들, 물건을 떨이로 파는 재미난 소리, 시장에서 ‘사람 냄새’가 어떤 건지 알아가게 되었던 것 같다.

의상실을 하셨던 엄마는 의류 원단과 단추, 실 등 부자재를 구입하러 시장에 갔다. 당시 나는 엄마가 시장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엄마 손을 꼭 잡고 시장가는 게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시장을 거니는 게 재밌고 좋다. 어떠한 시장이든 엄마와 함께했던 어릴 적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한 것 같다.

쇼핑의 트렌드 변화로 요즘 젊은 층은 마트와 백화점을 주로 찾는다. 젊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사기 위해 시장에 가는 경우는 드물다. 시장에서 특별한 추억이 없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시장에 방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전통시장 살리기의 새로운 변화인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문화 관광형 시장, 생소한 단어이기도 하다. 시장 내에 문화관광사업단을 꾸리고 문화가 숨 쉬는 관광·체험형 시장으로 변화시켜 시민들이 시장에 올 기회를 만들어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한복이 눈을 현혹하는 영동시장

수원에도 문화관광형 시장이 있다 해서 팔달문 앞에 자리한 영동시장에 가보았다. 수원 영동시장은 경기 남부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원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으로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다른 시장과의 차이점은 골목형 시장이 아니라 단일 건물에 점포(약300개)들이 들어선 형태이다. 한복 특화 시장으로 전문성을 도모하는 한편 의류, 포목, 주단, 커튼, 수예, 가구, 식품, 잡화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또한, 고객 편의를 위해 조성된 대형 주차장과 스포츠 센터, 카페, 미용실, 한의원, 아트존이 운영된다.

영동시장은 수원천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산책로 주변에 3층 건물로 존재한다. 인근에 수원화성, 화성행궁 등 유래 깊은 전통역사 관광지가 있어 체험 관광에 더없이 좋다. 젊은 사람들의 데이트 코스나 유아, 어린이를 동반한 나들이 장소로 추천하고 싶다.

체험할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 ‘아트포라’

수원 영동시장이 다른 곳과 차별화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새롭게 조성된 예술 문화 공간 ‘아트포라’이다. 영동시장 건물 2층에 아트 존이 형성돼 있다. 아트포라에는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시장과 예술이 만나 멋진 하모니를 이룬 수원 영동시장 아트포라는 ‘예술(Art)’과 라틴어로 시장을 뜻하는 Forum의 복수형 ‘Fora’가 결합한 합성어이다.

아트포라는 영동시장 내 상인과 연계하여 아트 상품을 디자인하고 지역 주민과 방문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예술 창작 공간으로 수원 영동시장 2층에 자리하고 있다. 각 매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에게 색다른 추억을 안겨준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 하나로 2층 약선에서 ‘장보고 셰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장보고 셰프는 중학생 자유 학기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요리 교육을 통한 실질적인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색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통과 효친 사상을 일깨울 수 있는 ‘삼합 미음 죽’ ‘오곡 약과’ 만들기 및 시식, 요리 실습, 작품 프레젠테이션 등의 순으로 약 네 시간가량 진행된다고 한다.

장보고 셰프는 단순히 따라 하는 요리실습이 아니라 창의적인 레시피 작성, 예산 수립, 전통시장 장보기까지 함께하는 경제교육으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경기도 내 대학교 조리학과 학생들이 1조 1 멘토로 참여한다.

장보고 셰프에 참석한 학생들은 “제한된 예산 내에서 좋은 재료를 많이 구입하기 위해 팀원들과 동분서주 뛰어다녔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늘 부모님이 만들어 주시는 음식을 먹었는데 이제는 내가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생겼다는 것이 뿌듯하다”고 한다.

새로 조성되는 전통체험관 기대 돼

3층에는 전통혼례 체험관과 무예, 활쏘기 등 문화 체험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막바지 공사 중이며 3월 중으로 오픈 예정이다. 혼례 체험관으로 한복을 입고 신혼방 외에도 전통혼례에 관한 한복들도 구비되어 있어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다. 특정인들에게만 오픈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 및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옛날 전통복을 전시하여 유치원과 어린이집 아이들이 전통문화 및 의복과 예절교육에 관한 견학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또한, 승마 기계를 타면서 무예 체험을 하고 활쏘기 체험, 한복체험을 하면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문화가 숨 쉬는 관광, 체험형 시장인 문화관광형 시장인 영동시장, 수원 영동시장에 방문하여 전통문화에 대한 프로그램 체험으로 전통과 효친 사상을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신진우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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