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백 규 현

꽃 피는 봄이 오면

고향엘 가보리라

괜시리 눈물 나오던

소나무 밭 오솔길

산모롱이를 돌면

들판 가득 출렁이는 자운영 꽃밭

멀리

독사풀 무성한 논두렁길엔

햇빛 받은 사금파리 한 조각

앞질러 가고

색색의 실타래 풀리는 자운영 꽃밭에

네 활개를 펴고 누우면

파아란 하늘의 끝 어디선가

벌떼처럼 잉잉거리며 들려오는

내 유년의 함성

물안개처럼 스쳐간 추억 속에

잃어버린 유년의 꿈은

영롱한 무지개로 일어서고

눈부신 순금 햇살의 바다엔

건질 수 없는 그리움의 조각들이

무수히 떠오른다

이 세상

어디에도 둘 곳 없어서

가슴 속 깊이 묻어 두었던

보석보다 붉은 첫사랑이다

백규현 시인 약력

1991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경기PEN 운영위원

한국경기시인협회 부회장 역임, 계간 《한국시학》 편집위원

시집 『가을 무지개』 등 7권

한국시학상, 물향기문학상 등 수상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