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비슷한 수준이어서 별다른 점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말을 우리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표현을 한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어떤 사물을 대하거나 사람들을 만날 때 별로 차이를 느끼지 못하면 바로 이런 말을 사용한다. 한 마디로 별 볼일 없다는 뜻을 비유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요즈음 4,13 총선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길거리마다 자신의 이름을 앞뒤로 새긴 옷을 입고 온통 거리에 쏟아져 나온 후보들로 인해 길을 걷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몇 장의 명함이 들려있다. 각 후보들마다 온통 자신의 경력과 공약 등을 적은 명함을 내미는 것이다. 딱히 뿌리칠 이유도 없어 받아들고는 하지만 꼼꼼히 따져볼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그동안 수십 년을 이렇게 장밋빛 공약이 적힌 명함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그런 공약들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생각해보면 달라진 것이 별로 없는 듯하다. 민초들은 체감온도로 삶의 질을 느낀다. 얼마나 살기가 편해졌는지가 바로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했는지, 또는 행정가들이 얼마나 사람들을 위한 행정을 펼쳤는지를 따지는 기준이다.

그들이 내민 명함에 있는 그대로 이루어졌다면 아마 이렇게 고통 받는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수도 없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현실은 실업자 수만 늘어나고 있다. 수도 없이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했지만 복지와는 영 거리가 먼 세상이 되었다. 어린아이들이 돈 걱정 없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정작 날마다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은 이 눈치 저 눈치를 보아야 하는 그런 세상이 되고 말았다.

쏟아낼 때마다 장밋빛 공약들로 온통 자신만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살기가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이 자신만이 이 나라를 질 살게 하고 자신만이 백성들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을 때 민초들은 현재의 현실이 너무 힘들다고 입을 모아 불평을 늘어놓는다.

한 마디로 장밋빛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연일 쏟아내 놓는 보도자료를 보면 세상이 정말로 아름답고 사람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왜 세상은 이렇게 민초들이 점점 살기 힘든 것일까? 그래서 민초들은 입을 모은다. “그 나물에 그 밥이지, 달라지겠어”라고 말이다.

워낙 많은 세월을 그렇게 속고 살았다. 선거 때마다 쏟아내는 그런 달콤한 말들을 정치인들은 정작 자리에 앉고 나면 곧 잊어버린다. 왜 그럴까? 본인들도 이 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 말이다. 이번에는 설마 아니겠지 하고 믿을만하다고 생각이 들어 한 표를 행사한 민초들은 날마다 바보가 된다.

이번에는 설마 “그 나물에 그 밥”을 뽑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민초들이 기대를 걸고 국회로 보낸 나리들도 제발 부탁하건데 “그 나물에 그 밥”은 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늘 진정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민초들의 모아진 마음을 이번에는 달라진 밥과 달라진 나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민초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일은 “달라진 나물과 달라진 밥”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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