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옛 선인들이 만든 도자기 중에서 차 사발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는 것도 드물 것 같다. 오늘은 일본 근대 건국의 토대가 되기도 할 만큼 중요한 조선의 차 사발에 얽힌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도다완(井戶茶碗)은 지금은 일본의 국보 내지는 보물로서 박물관이나 주요 사찰에 엄중 보관 중이며 연중 주요행사 시에만 한번 세상에 등장한다,

이도다완은 일본의 일급 보물이 3점이고 이도다완이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역사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것이 70여 점이며 이 중에 중요문화재로 등록된 것이 20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럼 가격은 얼마나 될까? 희좌위문(喜左衛門)이도는 천하제일의 사발이라 일컬어진다.

희좌위문(喜左衛門)이도는 사람의 이름이며 성은 다케다 오사카 조닌 이다. 그가 가지고 있던 사발이라 그렇게 불렷다. 간엔11년(1634)영지를 야마토노쿠니 고리야마로 옮겼을 때 센슈카이에사는 다도를 좋아하는 나카무가소세이가 소유한다. 간엔4년(1741)신미로 바뀌어 스즈미우시 이에지게의 소유로 넘어간다. 그 후 안에이(安永)(1772~81) 무렵 마침 차 사발 수집가 운슈에 사는 후마이의 손에 들어갔다. 당시 지불한 돈이 엄청난 금액인 金550兩이었다.

곧바로 대명물부에 올려져 1811년 부스럼으로 고생하다가 아들에게 물려주며 유언하기를 “천하의 명물이다 오랫동안 소중하게 보관해야 할 물건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그 후 그 아들도 부종으로 고생하는 걸 보고 후마이 부인이 교도의 대덕사(大德寺)에 기증하여 지금까지 보관되어 있다. 참고로 희좌위문(喜左衛門)이도는 높이 9.1cm, 지름 15.3~15.5cm, 무게 370g며 시각적인 느낌과 크기에 비해 매우 가벼우며 두드리면 툭툭 하는 둔탁한소리가 나며 이도형태 이다. 밝은 빛 앞에서 보면 은은한 비파색이 느껴지며 당당한 굽과 허리선에 손 자욱이 선명하다.

또한 일본 골동품계의 대부 사카모토고로의 자서전에 의하면 1956년 일본교토미술클럽 50주년 모임에 출품되었던 ‘판관(判官)’이란 사발이 그 당시의 가격으로 500만엔에 팔렸다고 한다(당시한화 1만원으로 우리나라 4대문 안에 큰 기와집을 한 채 살 수 있는 돈이었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오사카성과도 바꾸지 않았다”고 하는 사발도 있다. 그 사발의 이름이 쯔쯔이쯔쯔이도(대이도다완)이며 그 유래를 보면 일본 야마또(大和)지방에 소속된 소영주가 야마또지방의 다이묘(대영주)이자 주군인 쯔쯔이준께(筒井順慶)에게 사발을 헌납한다. 후에 쯔쯔이준께는 이사발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게 다시 헌납한다.

당시 주군인 오다 노부가나에게 맹목적 충성을 하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주군의 복수와 더불어 최고 권력자가 되기 위해 아케치 미쓰히데와 야마자키에서 전투를 벌인다. 이때 야마또지방의 다이묘인 쯔쯔이준께는 양쪽 눈치만 보고 어느 쪽도 가담하지 않는다. 전투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승리로 끝나자 태도가 불투명했던 쯔쯔이준께는 평판이 아주 나빠질 뿐만 아니라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자신의 위험을 감지한 쯔쯔이준께는 이 사발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헌상하며 목숨을 구걸한다. 그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아주 기뻐하며 쯔쯔이준께를 사면한다.

쯔쯔이준께는 결국 자기가 올린 사발 덕분에 목숨과 더불어 영지도 그대로 보존하게 된다(당시 유명한 조선 사발의 위력은 대단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정호다완(大井戶茶碗)은 오사카성과도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생겨났다.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담은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잘 지키고 계승 발전해야 할 몫은 비단 작가들만의 것은 아님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심인구(국제평화예술연합회 회장/우현도예연구소 대표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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