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

  김 윤 한

시간들 푸른 가윗날에 잘려나간다

풀풀 떨어져 쌓이는 세월의 흔적.

한 달에 한 번씩 이발을 하지만

어느새 자라나 칡넝쿨처럼 어설퍼진 모발

한때 내 몸의 일부였던 수많은 머리칼들

지금 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촘촘히 돋아난 세월 그루터기를

익숙한 면도날로 푸르게 잘라내지만

수염들 이끼처럼 소문 없이 또 자란다.

송판 가로지른 보조의자에 앉았던 아이는 어느새

수십 년 이발소를 드나드는 동안

흰 머리칼이 더 많은 나이가 되었다.

흘러간 세월 염색약으로 덧칠해 보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 문득 낯이 설다.

심심한 노인들, 벌겋게 달은 연탄난로 쬐며

먼저 떠난 동무들 이름을 세는 동안

머리 풀어헤친 모래바람 한 무리

낡은 창틀 흔들며 지나가고 있다.

김윤한 시인 약력

1995년《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세느강 시대, 『무용총 벽화를 보며』등

산문집 『6070 이야기』, 콩트집 『3호차 33호석』

제11회 자유문학상 수상. 글밭, 맑은 시 동인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계간《자유문학》편집동인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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